채무 초과상태서 요양급여 담보 대출로 '빚 돌려막기' 한의사
30억원 급여 담보로 메디칼론 받고 채권양도계약···대법원 '사해행위'
2022.02.08 14:5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재산보다 채무가 많은 상태의 한방병원장이 건보공단 요양급여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채무를 갚은 것에 대해 대법원이 ‘사해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사해행위는 채무자 처분으로 재산이 감소돼 공동담보에 부족이 발생,
채권자의 채권을 만족시킬 수 없게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채권자 A씨가 한방병원장인 B씨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담보로 ‘메디컬론’을 내준 C금융기관을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손을 들어준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2019년 B원장은 C금융기관에서 ‘메디칼론’으로 1억원을 대출받기로 했다. 그러면서 담보로는 한방병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을 요양급여채권 30억원을 양도하는 채권양도계약을 맺었다.
 
건보공단은 이들의 '메디칼론' 약정에 따라 그해 9월부터 대출 상환이 끝난 2017년 5월께까지 한방병원 요양급여비용 6억3천여만원을 C금융기관에 입금했고, C금융기관은 자체 지침에 따라 매월 대출 원리금을 뺀 나머지를 한방병원 계좌로 돌려줬다.
 
B원장은 이렇게 대출받은 1억원을 기존 채무를 갚는데 사용했다.
 
문제는 B원장이 운영하는 한방병원이 채무 초과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채권자 A씨는 병원이 자신에게는 일부 채무만 변제한 상태임에도, 다른 채권자인 C금융기관에 건보공단 보험급여비용을 채권으로 회수하게 해준 것은 사해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은 "B원장과 C금융기관이 맺은 채권양도 계약은 그의 채무초과상태를 더욱 심화시키고, B사에게만 다른 채권자에 우선해 자신의 채권을 회수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A씨를 비롯한 일반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A씨 청구를 받아들였다.
 
2심 또한 1심 판단을 유지했으며, 대법원 또한 1심과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의료기관 운영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양급여채권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의료기관의 통상적인 자금운용 상황이나 현실적인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변제능력을 향상시키는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방법의 담보 제공도 다른 채권자 이익을 해치는 것이라면 사해행위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의료기관 운영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실행한 대출이 신규자금 유입이 아닌 기존채무 변제에 사용되거나 채무자의 변제능력 향상에 기여하지 않고, 나아가 담보로 제공된 요양급여채권이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어서 상당한 기간 동안 다른 채권자들이 요양급여채권을 통한 채권만족이 어려워진 경우는 담보제공이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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