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간병통합서비스(구 포괄간호서비스)를 시행하는 병원이 증가하고 있지만, 일부 악용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상가동률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과는 달리 환자들이 추가입원을 요구하면서 일선 병원들이 고민에 빠진 것이다. 정책의 방향과는 달리 재원일수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자리 잡게 될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최근 데일리메디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하는 병원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현황을 파악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과도하게 추가 입원을 요청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하루 8만원에 달했던 간병비가 2만원 내외로 떨어져 비용부담이 완화됐고, 투입된 간호사들로 인한 의료서비스가 향상됐기 때문이다.
세종병원 박찬금 간호본부장은 “장점이 많은 제도이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 역시 존재한다. 재원일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입원일수를 늘리려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간호본부장은 “급성기 환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성격 상 빠른 병상가동률이 관건인데, 이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질환별·진료과별 표준 재원일수 기준 설정 등 필요"
익명을 요구한 다른 병원의 간호부장 역시 “시작된 지 몇 달 되지 않아서 정확한 재원일수 데이터는 공개가 어렵지만, 퇴원이 가능한 상태임에도 입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 고민에 빠졌다”고 밝혔다.
또한 “간병인 업무를 간호사가 맡게 되면서 목욕이나 머리 감기기 등 추가적인 간호활동이 많아졌다. 간호사를 간병인으로 생각해 혼자 머리를 감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요청을 하는 등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병원차원에서는 ‘질환별, 과별 표준 재원일수’ 확보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시범사업부터 참여한 건보공단 일산병원의 분석 결과에서도 비수술 환자의 경우 포괄(6.2일)이 비포괄(5.85일)에 비해 재원일수가 0.35일 길게 나타났다. 비수술환자의 경우에는 포괄간호 장점으로 인해 재원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일산병원 부은희 간호부장은 데일리메디 기고문을 통해 “가장 시급한 부분은 질환별 포괄병동 이용에 대한 재원일수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진의 권유가 아닌 개인사유에 의한 표준재원일을 초과하는 재원기간의 비용에 대해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부 간호부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고 병상 회전율을 증가시켜 원활한 이용이 가능토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하는 병원들은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이를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건보공단 간호간병통합서비스확대추진반 관계자는 “일선 병원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해당 내용을 전달받았다. 그렇지만 현 상태에서 재원일수를 규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예상돼 반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의료진 판단 하에 재원일수를 권고하는 것이다. 만족도가 높은 제도가 활성화되는 시기에 선제적으로 선을 긋는 것은 규제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재원일수 규정은 차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