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간호등급을 신고하지 않은 기관 비율 약 68%. 일선 병원들이 적정 수준의 간호인력을 확보해 국민이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받도록 한다는 취지하에 시행된 ‘간호관리료 차등제(간호등급제)’는 지난 1999년 시행 이후 실효성 논란과 함께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올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확대 시행됨에 따라 중소병원의 경영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최근 만난 대한중소병원협회 고위관계자는 “의료기관에 따라 병상 가동률 차이가 있는데, 현 제도는 병상가동률이 아닌 ‘허가 병상수’를 기준으로 등급을 산정하고 있어 실제 가동되지 않는 병상까지 포함해 간호등급이 산정돼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현 제도는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병상수 비율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및 의원은 1~6등급 ▲종합병원과 병원은 1~7등급으로 분류해 입원료를 가산하거나 감산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7등급 감산 구간이 간호사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제도를 둘러싼 문제가 거듭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연구용역을 의뢰한 ‘간호등급제 개선방안 연구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개선안으로 ‘의료법 시행 규칙(환자 5명당 간호사 2명)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기준 간호사 배치선으로 설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또 간호간병통합서비스(구 포괄간호서비스) 간호사 기준 등급비율을 종합병원·병원에 확대 적용해 4등급을 기준등급으로 설정해 가감 적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은 4등급을 기준등급으로 해 등급 상승에 따라 이전 등급의 15% 가산하고 등급 감소에 따라 10%를 감산하는 방식이다.
종합병원과 병원도 기준등급을 4등급으로 설정하지만 등급 상승에 따라 이전 등급의 14%, 등급 감소에 따라 8%를 감산하게 된다.
연구진은 “의료법 시행규칙상 인력기준은 간호사 1인당 입원환자수를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으나,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을 따르는 간호관리료 차등제는 1인당 병상수를 기준으로 해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법 시행규칙을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배치 기준으로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포괄간호서비스의 간호사 기준 등급 비율을 종합병원 및 병원에 확대 적용하면서 등급 상승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게 해 간호사 고용 유인은 물론 등급별 가(감)산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안을 시행하면 현행 제도 대비 의료기관들의 등급이 하락하고, 하위 등급의 입원료가 삭감돼 제도 개선에 대한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전체 입원료 약 3조500억원(2014년 기준)의 3%(약 900억 원)를 추가 투입해 입원료를 모든 등급에서 인상해 제도 개편에 대한 저항을 억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또 “간호관리료 차등제 사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현지확인 및 조사를 확대하고 허위신고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