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간호직 공무원 '책임감에 마음의 병'
공무원 노조 '코로나 장기화로 고된 하루하루 버텨-재발 대책 필요'
2021.05.27 07:05 댓글쓰기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응 일선에서 근무하던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유족은 숨진 공무원이 평소 코로나19 대응 근무와 관련해 격무에 어려움을 호소했고, 이로 인해 우울 증세를 보였다고 주장, 코로나 대응 일선 의료진의 피로 누적과 처우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부산 남부경찰서,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812분께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이모(33)씨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에 따르면 22일 오후 8시께 주말 근무를 마친 이씨는 남편과 함께 기분 전환을 위해 외출에 나섰다.
 
이후 집에 돌아와 잠이 들었지만 다음날인 23일 오전 이씨는 극단적 선택을 한 채로 발견됐다.
 
이에 유족은 숨진 이씨가 해당 보건소로부터 업무를 과다하게 부여받는 등 격무에 시달리다 우울증 증세로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18일부터 확진자 발생으로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부산 동구 한 병원 관리를 담당했다.
 
유족은 당초 이씨가 해당 병원에 대한 관리 담당이 아니었으나 상부 지시 등 압박 때문에 떠맡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씨 유족은 "고인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눈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보면, 보건소 직원들은 차례를 정해 순서대로 코호트 병원을 담당한다""그러나 고인이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순서가 아닌데도 업무를 떠맡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22일 오전 보건소 직원 등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록을 보면 이씨는 업무에 대해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동료 2명과 대화를 하면서 "어제 오전에 (코호트 격리된) A병원을 다녀와서 넘 마음에 부담이 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정말 멘붕이 와서 B님과 의논했고, 저는 주도적으로 현장에서 대응하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몇가지 방안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C선생님과 D주무님이 같이 맡아 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해당 보건소 간부는 "코호트 격리를 처음 맡았고, 원래 담당해야 하는 순서가 아니었는데 하다보니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있다"면서 "중간에 못하겠다고 하면 자기 입장에서는 책임감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포털에 우울 관련 단어를 검색하고, 일을 그만두는 내용의 글도 수차례 찾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불안장애, 공황장애, 두통, 치매, 정신과, 우울증 등의 단어를 찾아보기도 했다. 공무원 면직, 질병 휴직 등을 문의하는 게시글을 여러 번 살펴보기도 했다.
 
이씨는 7년차 간호직 공무원으로, 동구보건소에서 근무한 지 5년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본래 3일장을 치르려 했으나 이씨의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5일장으로 연장한 상태다.
 
이와 관련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측은 이씨 사망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업무 과다와 스스로 일을 해내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책임감에 마음의 병이 생겨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직 공무원이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더 재발하지 않도록 현장의 어려움과 함께 인력충원, 휴식 시간 확보 등 문제를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유족, 목격자를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수사 중이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평소 의욕이 넘치고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 동료로부터 신뢰도 많이 받았다""고충을 미리 소통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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