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대 간호사 80% '이직 고려'···예측 가능 근무체계 시급
불규칙 교대근무로 신규간호사 2명 중 1명 떠나면서 '인력 부족' 악순환 반복
2021.08.16 05:4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3교대 간호사의 약 80%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며 예측 가능한 근무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최근 전국 보건의료노동자 4만30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가 위탁수행했으며 지난 3월부터 한달 간 전수조사로 이뤄졌다. 
 
3교대 간호사 이직 고려율은 80.1%로, 이는 5명 중 4명이 옮길 것을 생각하는 높은 수치다. ▲야간근무 전담 ▲2교대 68.2% ▲통상근무 64.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3교대 간호사의 응답 결과를 살펴보면, 인력수준에 만족한다는 응답자의 이직 고려율은 65.1%, 불만족 응답자는 84.2%로 약 19%p 격차를 보였다. 항목별로는 안전보건 약 13%p, 일과 생활의 균형 약 19%p, 업무량·노동강도 약 21%p 등의 격차가 확인됐다.
 
불만족할수록 이직 고려율이 상승하는 양상은 근무형태와 상관없이 동일하지만 3교대 근무자의 경우 각 항목 만족 여부에 따라 이직 고려율 격차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즉, 타 근무형태에 비해 근무환경에 만족하더라도 이직 고려율이 높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OECD국 평균의 절반도 못되는 부족한 인력이 최악의 야간교대 근무조건을 만든다”며 “이는 높은 이직률·업무량 증가·노동강도 강화·번아웃 등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인력부족 상황에 처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간호사, OECD 평균 절반만 활동하고 1년 미만 사직률은 타산업 대비 무려 9배 높아 
 
OECD 헬스데이터·병원간호사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활동 간호사는 인구 1000명 당 4.2명으로 OECD 평균인 7.9명의 절반 수준이다. 실제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43만6565명이나 실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22만5462명으로, 절반 가량만 활동 중이다.
 
1년 미만 간호사 사직률 또한 2019년 45.5%로 집계됐는데, 이는 타 산업의 평균 이직률인 4.8%보다 약 9배 높은 수치다. 이에 보건의료계 관계자들은 현행 교대근무 체제를 원인으로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3교대 근무형태가 많은 제조업 분야에서 근무조가 조별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의료계는 개인별로 이뤄져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박경옥 강릉 원주대 교수(간호학과)는 지난 11일 열린 ‘간호사 인력문제 해결의 열쇠, 새로운 교대제 개편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교대근무표는 수간호사가 간호단위 차원에서 주관적으로 작성하는 분권적 근무표와 중앙차원에서 간호부가 작성해 각 간호단위에 배부하는 집권적 근무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병원에서 활용되는 분권적 근무표는 형평성·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야간근무 등의 교대근무가 간호사들 삶의 질을 저해한다. 그 결과 3~7년차 숙련된 간호사 이·퇴직률이 매년 늘고 3년 미만 신입간호사가 전체 간호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이한 인력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규칙 순환’ 불구 근무시간·근무표 준수 안되는 곳 다반사  
 
국제노동기구(ILO)는 제 149호 간호인협약을 통해 ▲규칙적 순환 ▲짧은 주기 ▲연속 밤 근무 일수 축소 ▲주말 휴가 보장 ▲주당 2일 이상의 전일 휴가 부여 ▲근무 사이 충분한 휴식 보장 ▲근무시간 및 주기변경의 자율성 보장 등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분석한 서울·지방소재 5개 상급종합병원과 2개 종합병원 14개의 병동 근무표를 분석한 결과와 배치된다. 
 
분석 결과, 월 야간 근무일수 6일을 초과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 간호사 간 형평성 문제가 만연했다. 야간근무 후 휴가일수도 1일에 그치는 사례도 많았으며 야간전담 간호사의 휴가일수 또한 15일 이상 보장되지 않기도 했다. 
 
당사자들 응답도 현장의 심각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근무시간과 근무표가 준수된다’ 각각 58.9%, 61.9% ▲‘자유로운 휴가·휴식 사용한다’ 36.4% ▲‘결원 발생 시 제때 인력이 충원된다’ 36.1% ▲‘D(낮)-E(저녁)-N(밤) 근무조별 인력이 적당하다’ 43.2% 등에 그쳤다.

규칙적인 순환은 고사하고 기존에 짜여진 시간표조차 인력 부족 문제 등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강은미 의원(정의당)은 “병원간호사 교대근무는 근무조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개인 교번제 형태에 가깝고 근무표도 작성자의 임의 기준으로 작성되는 등 문제가 많다”며 “교대근무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고 규칙적 순환이 이뤄지도록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도 “3교대 간호사들은 불규칙하고 변동적인 교대근무 조건에서 인력이 부족해 갑자기 근무표가 변경되거나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인력 충원을 전제로 야간근무를 축소하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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