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 산정기준과 관련해서 현행 간호인력 인정기준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이 재판에서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시직 간호사의 경우 상세한 업무 내용을 따지지 않고 근무시간에 따라 전담인력으로 인정되는 반면, 정규직 간호사는 일부 환자관련 외 업무에 투입될 시 전담인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데 이는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만한 충분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이상훈)는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 산정기준을 위반해 급여를 청구했다는 이유로 환수처분을 받은 A요양병원이 보건복지부(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2018년 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소속 인력을 지원받아 A요양병원 급여비용 청구 현황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현지조사 결과, 복지부는 A요양병원이 간호인력을 유리하게 산정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고 판단했다. 현행 지침에 따르면 입원료 차등제에서 간호등급은 직전 분기 평균 환자수 대비 간호인력(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수에 따라 산정해야 한다.
여기서 간호인력은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간호사와 이에 대한 간호업무를 보조하는 간호조무사'로 규정돼 있다.
현지조사단은 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A요양병원이 환자 간호 외 업무를 수행한 간호인력도 인력에 포함시켰다고 봤다.
한 간호사의 경우 '간호과장' 직함을 사용하며 원무과에 공고를 요청하거나 병동 스케쥴표 작성을 도왔고, 또 다른 간호조무사는 약국 업무를 도왔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A요양병원에 89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치 처분을 했고, 건보공단은 5억1700여 만원의 환수처분을 했다.
처분에 불복한 A요양병원은 소송을 제기했다.
A요양병원 변호인 측은 "복지부가 간호등급제 취지를 잘못 해석해 부당한 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A요양병원 변호인 측은 "복지부는 간호인력 산정기준을 근거로 입원환자 간호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가 다른 업무를 일부라도 수행하는 경우에 해당 간호사 등을 전담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요양급여 산정에 있어 해당 간호사 등이 입원환자를 위해 들인 물적, 인적 노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간호인력 산정기준이 임시직 간호사와 정규직 간호사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다는 것이다.
A요양병원 변호인 측은 "임시직 간호사의 경우 업무량에 따른 인력산정이 가능하도록 하면서도 정규직 간호사의 경우 일부라도 다른 업무를 수행하기만 하면 그가 수행한 간호업무 시간과 노력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등, 합리적 이유 없이 정규직-비정규직 간호사를 다르게 평가한다"며 평등 원칙에 위반됨을 역설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사에 비해 간호인력은 비교적 그 수가 많아 간호업무를 전담하는 모든 간호인력의 구체적인 근무시간을 일일이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개별 간호인력의 구체적인 사정은 해당 간호인력이 입원환자 간호업무(간호보조업무)를 '전담'하는지를 평가하면서 고려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시직 간호사의 경우 휴게시간을 제외한 근무시간에는 입원환자 간호업무에 전담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정규직 간호사의 구체적 업무수행 내역 중 일부 간호업무 수행내역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규직-임시직 간호사를 다르게 대우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설령 차이가 있더라도 이는 정책 판단에 부수된 결과로서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