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국내 마약 상습투여자가 최대 54만명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의료계의 마약류 의약품 처방에 대한 경각심 제고와 정부의 마약중독 예방‧치료를 위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일반인들이 일부 의료기관에서 손쉽게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는데다 치료적 측면에서도 마약중독자들을 위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단 이유에서다.
최근 대검찰청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적발된 마약류사범 수는 1만8050명으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약지수(인구 10만명당 적발된 마약사범 수)가 20을 넘는 사회는 마약이 전혀 통제되지 않는 사회로 진입함을 의미한다.
통상 적발되지 않은 상습 투여자들이 20~30배 정도 있다고 보기 때문인데 실제 지난 2019년 한국경찰연구학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범죄 암수율(드러나지 않은 범죄 비율)은 약 30배로 추정된다.
여기에 지난해 적발된 수치를 대입해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는 최대 54만명가량의 상습투여 인구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마약지수 역시 국내 인구를 5000만명으로 가정할 경우, 마지노선인 20을 훌쩍 넘은 실정이다. ‘마약 청정국’이라고 자부하기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마약류 의약품 처방은 이처럼 과거 대비 마약이 사회에 만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마약류 의약품 과다 처방 병원 적발 건수는 68건으로 5년 전 27건에 비해 약 2.5배 늘었다.
마약중독자들을 치료해온 지역병원의 A병원장은 “의사들 중 마약류 의약품에 대해 경각심이 크게 없는 사람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가령 최근 미친 듯이 번지고 있는 ‘펜타닐’이란 약물은 모르핀을 100배 농축한 헤로인을 다시 100배 농축한 의약품”이라며 “암환자 등 끔찍한 통증을 겪는 환자들에게만 쓰도록 돼 있는데 일부 의사들은 환자가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하면 별 의심없이 처방해 준다”고 귀띔했다.
이어 “지금은 단속에 걸려 문을 닫은 것으로 알지만 몇몇 의료기관은 마약류 처방을 쉽게 해줘 마약중독자들 사이에서 ‘성지’라고 불리기도 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펜타닐 외에도 일반인들에게도 이름이 익숙한 프로포폴, 졸피뎀 등 역시 의료기관에서 처방을 받아야 하지만 오남용 되는 경우가 흔하다.
마약류 치료보호기관 지정 22개 병원 있지만 정부 총 지원금 연 3억 불과
A병원장은 의료계의 자성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는 “마약중독 예방을 위한 조기 교육과 중독자 치료를 위한 제도의 내실화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마약에 대한 교육은 과거 ‘성교육’이 터부시 됐던 것과 유사한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마약에 손을 대 눈물을 흘리며 병원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의 수는 늘고 있다.
마약사범을 무조건 교도소에 입소시키기 보다는 초범, 재범의 경우 치료보호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약사범들은 교도소에서 인맥을 쌓아 출소시에는 오히려 전국적 배급망을 확보하고 나오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복지부는 전국의 22개 의료기관을 마약류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해당 의료기관들에서 이뤄지는 마약중독자 치료 비용을 절반씩 부담해 전액 지원한다.
문제는 치료보호기관이 제 역할을 하기엔 예산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의료기관이 22개나 되지만 정부가 책정한 1년 예산은 채 3억도 되지않아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A병원장은 “지금 예산으로는 1년에 채 500명도 치료하기 어렵다. 정부가 관련된 예산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