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우울증 심각, 의료기관 접근성 높여야'
홍승봉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
2021.12.02 09:1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 블루’.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 이후 국내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각 지자체에선 최근 우울증 환자 치료를 위한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면서 국민들의 정신건강 관리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서는 늘어나는 우울증 환자에 대한 치료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SSRI 60일 처방제한 철폐’를 주창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SRI 계열 약물은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우울증 치료제인데, 현행 규정은 비(非)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처방을 60일로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우울증 치료를 위해선 최소 6개월~1년간 복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규정 때문에 다른 진료과 전문의들은 사실상 우울증 환자를 보기 어려운 실정이란 주장이다. SSRI 처방제한 규정에 대한 지적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한 홍승봉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사진]에게 우울증 치료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우울증 문제가 최근 대두되고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에 들어선 이후 일상생활에 여러 가지 제재가 이뤄지면서 우울증 유병률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원래도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우울증 위험국가’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OECD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우울감 확산 지수는 36.8%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최근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청소년 우울증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은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집에 있으면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생활은 상당히 불규칙해졌다. 이러한 생활패턴을 우울감에 악영향을 미친다. 전국민적인 우울증 유병률이 높아진 가운에서도 청소년들 우울증 확산 조짐에 정부와 의료계가 큰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학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와 별개로 최근 청소년 우울증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10여년 간 스마트폰 사용습관이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많은 청소년들이 밤 늦은 시간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잠드는 시간이 늦어진다. 우리가 밤에 잘 때는 뇌가 안정돼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흥분감을 느끼면 이는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일 12시가 넘어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면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릴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우울증과 불면증 모두를 겪을 수 있다. 두 질환은 서로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Q. 청소년과 성인 우울증 차이점과 함께 청소년 우울증 치료법은 어떠한지
우선 성인과 청소년 우울증은 증상 양상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성인 주 증상은 의욕을 상실하고, 즐거움을 못 느끼고,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다. 반면 청소년은 주로 짜증을 내고, 말을 잘 안 듣거나 한다. 얼핏 보면 사춘기 증상으로 느끼고 넘어갈 수도 있다.  
청소년의 가벼운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약물과 심리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추천된다. 청소년의 경우 심리치료 효과가 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치료의 경우 SSRI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여러 가지 항우울제 중 제일 안전한 약물로 청소년들에게 용이하다. 또 다른 항우울제인 삼환계 약물의 경우 심장 및 신경독성 위험 및 과량 복용했을 때 치사율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반면 SSRI 항우울제는 아주 소량만 사용해도 효과가 높으며 부작용도 매우 적다.
 
 
"청소년 우울증은 성인과 증상 다르고 SSRI 소량만 사용해도 좋은 효과 볼 수 있어"
“비(非) 정신과 전문의 SSRI 60일 처방 제한하면 사실상 치료 어려워” 
"우울증 회복 및 재발률 감소 위해서는 1년 정도 약물 복용하고 급성기때 극단적 선택 방지 필요"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규정 철폐해서 국민들이 거부감 없이 우울증 치료받는 여건 조성돼야”
 
Q. 청소년 우울증 치료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SSRI 처방 제한이 꼽히는데
현행 규정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제외한 의사들은 SSRI를 60일만 처방할 수 있다.  그런데 항우울제는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이상은 투여를 해야 한다. 즉,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의사 중 4%에 지나지 않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만 환자를 볼 수 있으니 치료 접근성이 떨어진 것이다. 
청소년 우울증의 경우 특히 이들의 의료기관 접근성을 향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집 근처 내과, 소청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등 어느 의료기관에서든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제외한 의료기관에서는 청소년 우울증 치료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더욱  SSRI 처방제한 철폐 필요성이 제기된다.
 
Q. SSRI 계열 약물을 60일만 처방하면 환자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우울증의 기간별 치료법은 이렇다. 처음 발생이 확인된 후 2~3개월 동안은 약물 용량과 종류를 조절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울증이 개선되면 그때부터 4~5개월 정도 유지기에 들어간다. 이후 다시 악화되지 않으면 회복기로 볼 수 있다. 회복기는 5~6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약을 투여해야 재발률이 감소한다. 즉, 적어도 1년 정도는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기간보다 적게 약물을 사용하면 50% 확률로 재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도 ‘우울증세가 개선된 후 6~12개월 이내 약을 중단하면 안 된다’고 명시한다. 우울증은 또 '60일 처방 제한'은 급성기 때 약물 치료를 중단시키기도 한다. 급성기가 중요한 이유는 이 기간 안에 환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성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행 고시는 이 같은 우울증 환자 치료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규정으로 하루 빨리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Q. 일각에서는 비(非)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의 우울증 치료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데
-정신건강의학은 의과대학에서 배우는 주요 다섯 과목 중 하나다.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은 의과대학 재학 기간에 배우는 기본적인 질병이다. 진단과 치료가 쉬운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정신과 전문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우울증 가운데 약 30%는 SSRI 항우울제를 사용해도 치료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또 2개 이상의 약물을 써도 치료가 안되는 난치성 우울증, 난청이나 환각 등 정신병적 이상을 보이는 경우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머지 70%는 비(非)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도 볼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우울증 환자의 7할은 내과나 가정의학과, 신경과에서 치료를 받는다.  
SSRI 처방제한 규정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20년 동안 ‘우울증 치료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처럼 우리나라 국민들도 우울감을 느낄 때 더 많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군대인 의사들이 힘을 보탤 수 있도록, 현행 규정은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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