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병원 흉부외과 전멸 수준, 반드시 살려야 한다'
김경환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차기 이사장
2021.12.13 05:1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15년 지나야 제대로 된 수술’ 가능한 흉부외과는 오랫동안 전공의들 기피과로 여겨진다. 10년 전부터 정부 지원금 지급 정책이 시행된 후에도 전공의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최대 단체인 대한흉부외과학회가 최근 공식 명칭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로 변경하며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내년 1월 임기를 시작하는 김경환 학회 차기 이사장(서울대학교병원)[사진]은 “이번 명칭 변경은 국민들에게 흉부외과 전문의 역할을 더욱 잘 알리기 위한 의도도 있다”며 “가장 힘든 전문과목 중 하나인 흉부외과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토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Q. 대한의학회로부터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명칭 변경을 공식적으로 승인받았다 
-명칭 변경의 가장 큰 이유는 흉부외과 의사가 하는 일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서다. 일반인들은 ‘흉부외과’라고 하면 가슴 부위에 대한 어떠한 수술을 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데, 우리 전문의들이 다루는 영역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성을 느꼈다. 원래는 영문 표기에 따라 ‘흉부심장혈관외과’로 추진했는데, 혈관외과 쪽과 혼동될 여지가 있어 순서를 바꿨다. 현재 대한의학회 승인을 받았고, 향후 복지부 시행령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전문의들의 기존 업무가 달라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Q. 학회명이 바뀐 후 임기를 시작하는 첫 이사장이다. 주요 회무 목표는
-기본적으로 전임 집행부가 하던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중에서 주된 사안을 꼽자면 수술 영역에 대한 구분이다. 현재는 여러 가지 분야에서 흉부외과 전문의와 타 전문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경피적대동맥판막삽입술(TAVI, 타비)이 있다. 수술 주체가 누가 되는 것이 더 원칙적이고 의학적인지 여러 가지 근거를 가지고 얘기할 계획이다.

"국민들에게 흉부외과 전문의 역할 보다 정확히, 널리 알리기 위한 차원서 학회명 변경"
"현재 흉부외과 전공의 100명 수준, 한 명 한 명 '집중관리 시스템' 구상"
"전담간호사 확보, 수가 개선 등 힘들어도 긍지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 절실" 
 
Q. 매해 반복되는 전공의 기피 현상도 학회의 주요 관심사인데
-그렇다. 매년 전공의 25명 내외 정도가 지원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적어도 한 해 50명은 지원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방병원 흉부외과를 살리는 것이다. 전공의 지원 현황을 보면 지방병원들은 거의 전멸 수준이다. 수도권 편중현상이 심각하다. 인원이 부족한 지방병원 흉부외과는 병원 내부적으로도 많이 위축돼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다보니 지원자가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Q. 기피과 타파를 위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면
-신임 이사장으로서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전공의 집중관리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흉부외과 전공의가 100여명 되는데, 한 명, 한 명에 대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현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수련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을 생각 중이다. 이를 통해 수련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했을 때 학회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구축하는 것이다. 교육자료에 대한 적극적인 공유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Q. 정부나 병원에서 필요한 노력도 있을 것 같다.
-주요 대학병원에선 지방 등 여러 대학 출신의 전문의들을 차별없이 받아들이는 문화가 조금 더 형성될 필요가 있다. 흉부외과 전문의들 간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학회도 더욱 노력하겠다. 정부 차원에선  외국과 같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전공의 TO를 관리하는 제도가 고려돼야 한다.
또 흉부외과 의사와 보조를 맞추는 전담간호사 등 스텝들에 대한 처우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계속해서 수가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행위별수가 제도가 시행 중인 우리나라에선 수술시간이 긴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부담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원금 지급이 이뤄진 후 상황이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주된 건의 사항이다. 흉부외과는 수술 중 피로도가 높고, 또 전문의가 되고 나서도 중증수술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높다. 이러한 상황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

Q. 끝으로 흉부외과 전문의, 그리고 흉부외과를 고민하는 예비 전공의들에게 한 마디
-흉부외과 전문의는 가장 어려운 분야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동안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제도적으로 홀대를 받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달려왔다. 이런 희생에 대한 충분한 대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회 목표다. 단기적으로는 대국민 홍보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국민들에게 흉부외과 의사 역할을 정확히 알리기 위한 학회 명칭 변경은 이러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긍지를 갖기 위해선 정부의 시그널도 필요하다. 힘든 길을 택한 의사들에게 ‘이 정도 지원을 해준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흉부외과 전문의는 제대로 된 수술을 할 때까지 최소 15년이 걸린다. 긴 과정을 버텨내는 것은 쉽지 않다. 전공의 지원율이 낮은 흉부외과는 언제 의사가 부족해질지 모른다. 정부가 경각심을 느끼기에 이른 시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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