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m 떨어진 진료실 공동 사용한 '정신병원 원장'
법원 "업무정지처분과 의료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 의료법 상 예외적 경우"
2022.07.23 07:00 댓글쓰기



정신병원 외래진료실과 조제실 등을 공동이용한 의료법인에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주심 이주영 재판장)은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취소 및 의료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줬다.


A씨는 1986년부터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B정신병원을 운영해 온 의사다.


서울특별시는 1997년경 B병원과 약 107m 떨어진 위치에 시립 정신병원(C병원)을 설립하고 원고에게 운영을 위탁했다.


이 사건의 각 병원장들은 2008년 경 B병원과 C병원의 병동시설(입원실)과 의료장비(소독기, 임상병리, 방사선, 심전도기, 뇌파검사기)를 공동으로 이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A씨는 2009년경부터 B병원에 설치돼 있던 외래진료실과 조제실 사용을 중단하고 C병원 외래진료실과 조제실을 공동으로 이용해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 2017년 현장조사를 통해 이를 알게 되고, C병원에서 진료 및 조제를 한 후 B병원에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 등을 청구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A씨에게 92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및 73일간의 의료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또한 같은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0년 4월 요양급여비용 6억2255만원을, 남양주시장은 2억911만원의 의료급여비용을 환수결정했다.


“중증 정신질환자 안전 위해 공동사용…의료법 위반 아냐”


A씨는 시립병원장의 동의 하에 C병원의 시설 및 장비를 이용해 진료했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증 정신질환자가 많은 병원 특성 상 환자를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외래진료실과 조제실을 일원화했다”며 “설령 공동이용이 문제가 된다 하더라도 B병원 의료진에게 의료기관인 C병원에서 의료법령에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행위를 제공했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진료행위를 하고 그에 대한 급여비용을 청구했는데 사실상 폐업인 이번 사건 처분은 너무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가 심평원에 시설공동이용에 대한 별도의 계약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이는 B병원 의료진이 C병원장 동의를 받아 시설 및 장비를 이용한 것으로 의료인이 의료기관 외에서 의료업을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B병원과 C병원의 외래환자들은 주로 정신질환자들로 승합차를 통해 단체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소수의 보호자들이 두 병원을 이동하기에는 환자의 이탈이나 자해 등 사고 우려가 높다”고 덧붙였다.


또한 법원은 ▲B병원 의료진이 외래환자를 진료한 점 ▲B병원은 중증 이상의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폐쇄병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병원인 점 ▲외래진료실과 조제실은 전체 시설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해 시설 공동이용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시설 공동이용으로 관련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없었고 의료서비스 질이 저하됐거나 환자들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의료법이 예외적으로 다른 의료기관 장의 동의가 있는 경우 의료인이 소속 의료기관 외에서 의료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하며 원고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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