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아암 진료체계 붕괴, 인력난·적자 심화"
학회 "전문의 감소 가속화, 수가 아닌 국가 기반시설처럼 관리 시급"
2022.09.24 05:36 댓글쓰기

진료시설 및 인력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국내 소아암 진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놓여 있다는 일선 의료진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국가 차원의 획기적 대책이 없다면 1~2년 내 지방에 사는 아이들이 소아암에 걸리면 암치료를 받기 위해 수도권으로 이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소아암은 국내 어린이 사망원인 1위로 해마다 전국적으로 1000여 명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하지만 전문 치료를 받으면 85% 이상의 아이들이 완치돼 건강히 가정으로 돌아가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


소아암 진료는 소위 3D 업종으로 젊은 의료진들의 기피 분야다. 고강도 항암치료로 면역기능이 떨어져 감염 및 패혈증 등 위급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약제 종류도 많아 대량 최신지견을 계속 숙지해야 한다. 


게다가 치료를 잘해도 약 15% 환자는 재발 및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장기간 성심을 갖고 치료해도 피할 수 없는 상실감과 보호자로부터의 원망과 함께 자칫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선 현장에선 소아암 진료와 관련된 시설과 인력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소아암 전문의 인력난이 초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보다 낮게 책정된 의료수가로 인한 적자 경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항암치료를 위해 단기 입원을 하는 소아암 환자의 경우 진료비 총액은 성인의 절반에 불과하다.


게다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3월에 발표한 제4차 암관리종합계획에선 위암, 폐암, 대장암, 갑상샘암, 유방암 등 10대 성인암만 관리 대상이고 소아암은 아예 포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소아암은 성인암과 달리 건강검진으로 조기 발견할 수 없으므로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 성인암의 1/200에 불과한 환자 발생으로 관심 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소아암관리법 자체가 없다.


소아암 등 중증질환체계를 국가 필수의료체계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필수의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처럼 소아암을 국가기반시설에 준하는 필수체계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아암을 비롯한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에 대한 최선의 치료를 전국 어디서나, 최소한 권역별로는 받을 수 있게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아암 분야가 필수중증의료임을 인식, 행위별 수가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하는 현재 의료보험체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환자에게 시술 수로 임금과 수당이 결정되는 체제로는 존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각 현의 현립 어린이병원과 거점소아암병원에 1년에 200~300억여원의 운영비를 정부와 각 현에서 제공한다.


각 현립병원에선 환자수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최선의 인력, 시설, 장비를 갖추고 최선의 환자 진료를 제공한다. 국내 실정에선 지역 거점센터에 100억원의 운영비를 제공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 경영진의 소아진료 분야에 대한 투자 부재, 소아암 분야 자체의 고난이도, 고강도 업무 특성들이 누적된 결과 2022년 현재 전국 소아암 진료가 가능한 전문의 수는 67명에 불과하다.


이들 평균 연령은 50.2세로 5년 내 14명이 은퇴예정이다. 상당수는 이미 전공의 대신 당직을 서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어서 소아암 전문의 감소는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관계자는 “지금부터 준비해도 유능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를 양성할려면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한 후에도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빨라도 5년이 경과돼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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