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넘은 '엔데믹'…인기과 판도 변화
영상의학‧마취통증의학과 '고공행진'…진단검사 '역효과' 발생 우려
2022.12.05 18:5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구교윤 기자/기획 6] 전국 수련병원들 최대 관심사인 전공의 모집 시즌이 도래했다. 전공의 모집 결과는 한해 인력농사의 흥망을 좌지우지할 뿐 아니라 병원 자존심이 걸린 주요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수련병원들은 벌써부터 예비 전공의들을 향한 구애작전이 한창이다. 코로나19로 본격화된 온라인 설명회부터 별정수당, 해외연수 지원은 물론 병원계 공공연한 비밀인 '어레인지(Arrange)' 등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전공의 모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대형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전례 없던 대대적인 필수의료 살리기 지원책이 예비 전공의들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에 안착한 상황 속 인기과 판도 변화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36시간 근무제’ 실현 여부 등이 의료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23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올해 의료계를 시끄럽게 했던 이슈들이 전공의 모집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데일리메디가 6회 연속 기획으로 전한다. [편집자주]


① “한 명도 귀하다” 전공의 모집 사활 건 수련병원

② 짬짜미 전공의 채용 ‘어레인지’ 옛말…공정문화 정착

③ 전공의↔수련병원 ‘36시간 연속근무’ 시각차 확연

④ 필수의료 관심 속 침울한 내·외·산·소…전공의 선택은 별개

⑤ 필수의료 도화선 신경외과, 전공의 수급에 영향?

⑥ 코로나19 팬데믹 넘은 ‘엔데믹’…변화하는 인기과 판도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전문과목별 인기에 지각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진단과 예방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비주류였던 전문과목이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다.


주기적으로 신종 감염병 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도 이에 대비해 의료정책을 손질하며 인프라를 공고히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내년도 전공의 모집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진단 주목받은 진단검사의학과…‘역효과’ 우려


지난해 ‘K방역’과 함께 주목받으며 전공의 모집결과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진단검사의학과는 올해 전공의 수급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진단검사의학과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현장은 물론 연구 분야에서도 주목받으며 전공의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그 결과, 지난해 전공의모집에서 예년보다 지원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며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2022년 진단검사의학과 레지던트 1년 차 확보 현황을 살펴보면, 정원 39명에 41명을 충원해 확보율이 105%를 넘어섰다.


하지만 진단검사의학회는 이 같은 관심이 오히려 전공의 확보에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단검사의학과는 작년까지 전공의 미달로 국가 육성지원과로 지정받았는데, 지난해 전공의 모집에서 가까스로 기준 인원을 넘기며 올해부터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전사일 이사장(서울아산병원)은 “코로나19 이후 전공의 수급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육성지원과에서 제외되는 등 역효과가 발생하면서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최근 전공의 지원 추세를 분석해보면 해를 거듭할수록 수도권 선호 현상이 뚜렷해 지는 양상이다.


이러한 상황 속 지원육성과는 지방 의료 인프라 파괴를 막고 필수의료를 확충하기 위해 수도권에 지원자가 초과하면 지방에서 일부 끌어오는 ‘인력 품앗이’가 가능하다.


전사일 이사장은 “지원율이 높아도 수도권과 지방 간 인력 교환이 불가능해져 걱정이 크다”며 “육성지원과에서 제외되면서 작년보다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 이사장은 미지의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창궐하는 상황 속 진단검사의학과 수요가 늘고 있어, 향후 전공의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감염병을 겪으며 진단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과거에는 암 같은 질환도 병기가 진행되면 치료하는 방식이었는데 앞으로는 조기진단 및 예방이 아주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체외진단 의료기기나 시약 등 산업계로 진출하는 전문의도 많아지고 있다”며 “여러 분야에서 진단검사의학과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전공의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젊은의사 선호도 높은 ‘영상의학과’, 품귀현상 지속


영상의학과 역시 감염병 사태로 ‘진단’의 중요성과 함께 주목받은 과목 중 하나다. 특히 인공지능(AI)과 같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기술과 맞물려 발전하면서 선호 현상이 확연하다.


내년도 전공의 모집결과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영상의학과는 2000년대 초반 판독료 삭제, MRI 상근 전문의 규정 삭제, CT 수가 인하 등 제도적 토대가 흔들리면서 전공의 충원율이 50%도 이르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는 100% 이상 전공의 지원율을 유지하며 소위 ‘인기과’로 분류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영상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은 157.2%로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피부과, 성형외과를 이어 다섯 번째로 높다. 이는 안과보다 높은 충원율이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CT·MRI 검사가 급증하면서 영상의학과 전문의 품귀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매년 140명 이상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먼저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영상검사 건수가 급증했으나 전문의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례로 진단용 의료방사선 검사는 2016년 약 3억1200만건에서 2019년 약 3억7000만건으로 20% 정도 급증했다.


특히 고가로 꼽히는 CT·MRI·PET 진료비는 2015년 약 1조7000억원에서 2019년 약 2조9000억원으로 67%나 폭증했다.


문제는 급증하는 검사 수요로 기존 의사들이 겪는 번아웃(burnount) 현상이다. 


대한영상의학회 김유미 수련이사는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초음파와 MRI 등을 포함한 영상검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수련병원 지도전문의들의 번아웃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수련병원 연봉 폭등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면서 지도전문의들의 수련병원 이탈현상이 발생하고, 수도권 신규병원이 늘어나면서 지방 수련병원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역 일부 거점병원이나 특정 병원은 영상검사 상당수를 외주 업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전공의들이 세부전공을 선택하지 않거나 선택을 하더라도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기피과와 밀접한 분야는 피하는 현상도 대두되고 있다.


황성일 의무이사는 “영상의학과 내부에서도 3D에 해당하는 기피영역이 나뉘면서 전국적으로 전임의 지원 절반 이상이 특정영역으로 몰리고 있다”며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에만 두 자릿수 대학병원 교수들이 사직을 했고, 신규 전문의들도 대학병원을 선택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병원과 학회, 정부가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당히 인기과 대열 합류, ‘마취통증의학과’


코로나19 장기화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며 감염이나 호흡기질환 환자는 줄었지만 통증치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마취통증의학과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21년 1분기 진료비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에 지급된 급여비는 210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2.5% 증가했다. 내원일수도 350만일로 10.5% 늘었다.


개원가 상황이 좋아지자 전공의 관심도 늘며 지난해 레지던트 모집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마취통증의학과는 전공의 정원 200명에 충원 202명으로 100%를 넘어서는 확보율을 보였다.


서울아산병원은 정원 7명에 지원자 14명으로 경쟁률 2.0을 기록했고 ▲가톨릭중앙의료원 2.3 ▲서울대병원 1.2 ▲세브란스병원 1.7 ▲삼성서울병원 1.1의 경쟁률을 보이며 충원에 성공했다.


이 같은 마취통증의학과의 약진은 소위 잘나가는 인기과로 알려진 ‘정재영(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안성피(안과‧성형외과‧피부과)’ 대열에 합류해도 무방할 수준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김재환 이사장(고대안산병원)은 "마취통증의학과 역할이 소화기 내시경 환자의 수면진정 등 여러 시술 과정에서 환자의 안전과 불편 해소를 위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추세를 젊은 의사들이 알고 관심이 높아 내년에는 모든 병원에서 경쟁을 통한 선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연준흠 차기회장(인제의대) 또한 “과거 마취와 중환자 중심에서 최근 통증으로 분야를 확대해 개업이 늘고 있다”며 “고령화 사회와 맞물려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5~6년 전부터 2: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병원이 많다”며 “최근에는 인기가 높다보니 애초에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올해도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마취통증의학회는 이러한 인기의 고공행진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연준흠 차기회장은 “마통과 인기는 수가가 높아서가 아닌 외과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며 “비인기과도 충원하고 인기과 역시 1.2~1.5 사이 경쟁률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염병 시대에 중증환자는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마취통증의학과에 대한 적절한 지원 및 전공의 5~10% 증원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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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ric 12.06 10:10
    보통 정재영 피안성이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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