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 학대 경험이 뇌(腦) 구조 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팀은 주요 우울장애 환자의 뇌(腦) MRI 데이터와 아동기 학대 경험에 대한 심리설문 데이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성인 가운데 주요 우울장애 환자 75명과 정상 대조군 참여자 97명을 대상으로 2년 간 뇌 MRI 영상, 임상 관련 정보, 아동기 외상 질문지를 통해 학대 경험 데이터를 수집했다.
아동기 학대 경험을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로 분류하고 주요 우울장애 진단 및 아동기 학대 경험에 따라 뇌의 특정 영역에서 일어나는 대뇌피질 부피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경험한 경우 대뇌피질 부피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아동기 성적 학대를 경험한 경우 시각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대뇌 영역이 약 10%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학대 심각도가 높을수록 우측 대뇌 반구 중간후두피질 위축은 더욱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주요 우울장애 환자들의 경우 정상 대조군 참여자와 비교해 우측 전대상피질(정서 조절을 담당하는 대뇌 영역)의 부피도 약 3.3% 감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우울장애 환자들 중에도 아동기 성적 학대를 경험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우측 중간후두피질이 약 10% 정도 위축돼 있었다.
이는 우측 중간후두피질 부피 감소가 아동기 학대로 인한 뇌 손상을 평가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아동기 학대로 뇌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 우울증 환자들을 구분하고 이들의 우울증 경과와 치료 반응 예측에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를 이끈 한규만 교수는 “아동기 학대를 경험한 우울증 환자들이 더욱 심한 증상과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 것은 아동기 외상 경험으로 뇌 신경회로가 손상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동기 학대로 인한 뇌의 구조적 변화가 발생한 우울증 환자들을 선별하고, 이분들께 뇌과학에 기반한 맞춤형 심리사회적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정신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Psychiatry Research(Impact factor: 11.225)’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