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제약사를 중심으로 크게 반발하고 있는 약제 가격 참조국 확대 조치를 두고 정부가 “내년 재평가에 당장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캐나다와 호주까지 포함된 A9 약가를 추후 일괄 약가 인하에까지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제약계 우려에 대해서도 목적이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약제평가부는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일부개정 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여기에는 외국 조정가격 산출 기준 및 방법 규정화(이하 해외약가 참조기준)와 관련, 기존 A7 약가 참조국(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에서 캐나다와 호주를 추가해 A9 참조 국가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현재 기준으로도 이미 참조 가격 최저가 중 국내 방식대로의 추가 조정가를 활용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낮은 약가로 책정돼 있다”면서 “환자 신약 접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저해시킨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서 너무 낮은 가격 및 보험등재의 어려움으로 급여가 지연되거나 포기사례도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이 오히려 항암신약 및 중증·희귀질환치료제의 국내 도입 시기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해외에서 허가된 신약 중 A7 국가는 평균 58%의 신약을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반해 한국은 35%에 불과해 코리아 패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KRPIA의 설명이다.
KRPIA는 “근거자료와 산업계 의견을 수차례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합의 없이 약제비를 절감시키는데만 초점을 맞춰 정책 결과 발표를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현재 제약계에선 내년 특허만료 약제 재평가부터 A9을 참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향후 약가 일괄 인하까지 적용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부분도 근심거리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재평가의 경우, 당장 내년 재평가에 반영할 수 없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창현 보험약제과장은 “재평가를 하려면 1년은 준비돼야 한다. 진행시 1년 전 미리 공고돼야 하며, 그간 공고하지 않았기에 현재로선 내년 재평가에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무리”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내년 급여적정성 재평가 일정이 큰 규모로 예정돼 있는 상태에서 정부가 이를 모두 소화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A9 적용이 불가능한 이유다.
내년은 시기적으로 기등재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대상의 급여 약가 재평가와 8개 성분 급여재평가가 진행되기 때문에 해외 약가 재평가까지는 준비되지 않았다.
일괄인하에 A9 적용을 우려하는 일각에 대해서도 실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도 이에 활용하겠다고 언급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해외약가 참조 부문을 재평가하는 것인데 일괄 인하를 적용하는 건 취지에 맞지 않다고 본다”면서 “재평가는 공고 기준에 따라 진행하게 되는데 목적도 내용도 일괄인하 명목과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