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3주기에 들어서면서 의료기관평가인증의 인증 기준이 개선됐지만 간호사들의 부담과 고충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지난 7월 의료기관평가인증 기준을 개선했다. 2주기에 비해 총 29개 항목이 줄어들어 4개 영역, 13개 장, 91개 기준 등 총 520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인증 기준이 개선되면서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제 인증을 준비하는 현장에서는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감염관리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업무가 가중됐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발생한 후 우리 병원에서도 '감염관리 쪽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으니 주의하라'고 말했다"면서 "3주기가 들어서면서 인증 기준이 줄어들었다는 공지를 받았지만 인증기간동안 간호사들의 부담이나 고충은 오히려 늘어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한 방법이지만 인증평가 암기를 담당하는 간호사를 내부에서 지정한다. 해당 간호사들은 데이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지 못한다. 평가단이 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다가 평가단이 올 때쯤 앞에서 잠깐 일을 하면서 암기한 내용을 답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A씨는 "간호부 내에서도 한 번 인증평가를 담당하기로 지정된 사람은 계속해서 담당해야 한다. 같은 간호사여도 담당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는지 모른다. 이번에도 인증 기준 암기를 맡아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학병원 간호사 B씨는 "본격적인 인증기간에 돌입한 것도 아닌데 벌써 내부적으로는 준비에 들어가고 있다"면서 "인증평가는 간호사 평가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감염관리를 위해 쓰레기통이 잘 닫혀있는지를 확인하고 침대커버를 계속 바꿔야 한다"며 "인증 기준은 몇 가지를 제외하고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병원 기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학병원 간호사 C씨는 "인증기간이 다가오니 신규 간호사들의 퇴사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인증제가 의료기관이 아닌 간호사를 평가하고 인증한다. 병원 내의 어떤 직종도 인증 기간에 협조해주지 않는다. 신규 간호사들은 힘들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이 구조적으로 갖출 수 있는 시스템이나 인프라, 의료 질을 평가하고 인증해야 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인증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 인증 기간 동안에는 오히려 환자의 입원, 투약, 처방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증제도의 가장 근본적인 역할을 재고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