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몇 해 전 헐리우드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수술을 받아 유명세를 탄 ‘유전성 난소암’에 대한 예방적 차원에서의 난관절제술이 논란을 빚고 있다.
난소난관 절제시 난소암 발병을 줄이지만 각종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지면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매년 2000여 명의 난소암 환자가 발생하는데 발병률이 최근 16년 사이 60% 이상 증가하면서 공포감이 커졌다.
난소암은 여성 생식기 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다. 5년 생존율만 비교해 봐도 유방암은 90%에 이르지만, 난소암은 44.2%에 불과하다. 난소암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전이와 재발이 쉽기 때문이다.
대장과 위암 등의 경우 장기 내부에 암이 생겨 조기에 발견만 하면 전이 위험을 막을 수 있지만 난소는 겉 표면에 생겨 주변에 바로 복막이나 난관 등에 전이가 쉽다.
난소암을 예방하기 위한다면 미리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위험도를 예측, 만일 위험도가 높을 경우 미리 난소와 난관을 절제하는 것이 제일 큰 예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다.
난소암은 가족력의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유전적 돌연변이 BRCA1, BRCA2를 가졌다면 유방암은 85%,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44% 높아진다.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을 절제한 데 이어 난소난관절제술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난소를 절제하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되질 않아 다른 이들보다 폐경을 일찍 겪게 돼 각종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미혼 여성이나 임신경험이 없는 여성에게는 무작정 수술을 권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관련 입장을 내놨다.
대한산부인과학회를 비롯한 대한산부인과내분비학회, 대한부인종양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및 대한생식의학회는 최근 대한산부인과학회 추계학술대회를 통해 ‘예방 목적 양측 난관절제술’에 대한 입장을 제시했다.
이들 학회는 ‘양성 부인과질환으로 자궁절제술을 계획할 때 의료진은 환자에게 양측 난관절제술이 가지는 난소‧난관‧복막암 예방 효과를 설명하고 그 시행에 대해 상담’하도록 했다.
난관절제술은 난소 기능과 관련해 비교적 안전한 시술로 간주되나 장기관찰 연구결과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학회는 난소‧난관‧복막암 예방 효과 및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효과 측면에서 예방적 난관절제술 동시 시행을 추천했다.
질식 자궁절제술에서 난관절제술 동시 시행으로 인한 합병증 빈도가 질식 자궁절제술 단독 시행에 비해 다소 높다고 보고됐지만 가치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예방적 난관절제술 시행을 위해 질식 접근에서 복강경 또는 개복 자궁절제술로 전환할 필요는 없다고 명시했다.
추후 출산 계획이 없는 제왕절개술 분만 예정인 경우에서는 임상적 상황에 따라 영구적 불임수술법으로 예방적 난관절제술 동시 시행에 대한 상담을 할 수 있다는 다소 유보적 입장도 제시했다.
김승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이대목동병원)은 “양측 난관절제술이 가지는 난소‧난관‧복막암 예방 효과에 대한 현재까지의 의학적 이해와 관련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권고사항을 밝힌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