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이 고재우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제도 개혁을 외치며 총파업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의학계에서는 환자를 볼모로 하는 파업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현재 여론 등을 감안할 때 파업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고 자칫 대국민 신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총파업을 실제로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한응급의학회·대한소아과학회·대한가정의학회 등은 총궐기대회를 통한 문제 제기에는 공감하지만 총파업 참여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해당 학회들의 이러한 반응은 진료공백에 따른 환자안전을 비롯해 파업 강행으로 인한 역풍, 의료계에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 때문 등으로 풀이된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는 “의협으로부터 공문이 오면 긴급이사회를 통해 결정하겠다”면서도 “응급의학회는 국민건강과 안전의 최일선에 있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응급실·수술실·분만실·암환자진료 등에 대해서는 이른바 ‘필수인력’이 필요한데, 전체 의료계로 보면 응급의학회 인력이 필수인력에 포함되기 때문에 쉽게 파업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 응급의학회 내부에서도 전문의 구속에 대한 반발이 큰 만큼 파업 참여 등을 포함한 대응수위를 두고 고민이 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응급의학회가 실시한 탄원서에는 3808명이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응급의학회 전문의·전공의 등이 23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법정구속 사태에 대한 반발은 적잖아 보인다.
대한소아과학회 은백린 이사장은 “학회에서는 총궐기대회에 대한 입장만 얘기했다”며 “국민 여론도 고려해야 하고, 학회 입장에서는 회원 권익도 중요한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회는 총궐기대회 당시 의협으로부터 연단에 올라 연설해줄 것을 요청 받았지만, 이에 응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3인 중 유일하게 전공의가 속한 대한가정의학회에서는 학회 차원의 행동보다는 회원 개개인에게 맡긴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학회 차원에서의 파업 참여 등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은 “총궐기대회는 학회 내에서 합의를 한 사항이기 때문에 나간 것”이라면서도 “파업 등 후속 조치와 관련해서는 회원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학회에서 방침을 정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가정의학회는 횡격막 탈장 오진이 실제로 있었던 만큼, 이와 관련해 전공의 수련실태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학회가 이 같은 방침을 정한 이유는 인원·장비 등이 부족한 2차 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응급실 당직을 서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적인 측면에 따른 조치다.
이덕철 이사장은 “해당 전공의에게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형사책임이 과도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것”이라며 “실태조사를 진행해 전공의들이 어느 정도 강도와 형태로 응급실에서 당직을 서고 있는 지 점검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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