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의료기기 회사 직원 등 비의료인의 대리수술로 인한 사고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의료계 내 파장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최근 파주 한 정형외과병원에서 대리수술을 받은 환자 2명이 잇따라 숨졌고 앞서 부산 정형외과의원에서도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수술에 참여해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진 후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부산 정형외과의원 원장에 제명 처분을 내렸고 대한의사협회는 파주 정형외과를 고발하고 나섰다. 유독 정형외과에서 대리수술로 인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데일리메디는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차기회장을 만나 정형외과 개원의들의 현실과 차기회장으로서 그의 포부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Q. 대리수술로 인해 문제가 된 부산, 파주 등의 병원이 모두 정형외과였다. 정형외과에서 유독 대리수술로 인한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정형외과는 타 과에 비해 필요한 기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관절이다. 인공관절은 인체에 새로운 기기가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무릎, 어깨 등에 들어가는 인공관절들이 대표적이다.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정형외과는 이런 기기를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의료기기회사 직원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똑같다. 정형외과의 이런 특성 때문에 타과보다 의료기기회사 직원들의 수술실 출입이 많고 이 부분이 이 같은 문제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Q. 정형외과는 의료기기업체 직원과의 관계가 타과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
당연하다. 필요한 기기가 많다 보니 업체 직원이 납품하기 위해 수술실을 출입할 수밖에 없다. 그 직원은 제품을 들고 와서 사용법을 설명하는 것이 일이다. 타 진료과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정형외과에서는 상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전거를 샀을 때 그 자리에서 가게 직원이 조립을 해주지 않는가. 그런 식으로 이해를 해야 할 부분이다.
"비정상 소수 때문에 정상 의사들 피해, 근래 수술 취소 사례 많아졌다"
"해당 원장 제명조치, 학회와 의사회가 함께 결정"
"후배들과 회원들 권리를 지키고 정형외과 이익이 침범당하지 않도록 노력"
Q. 의료기기 회사 직원들과의 관계는 특별한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리수술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다. 대리수술은 윤리적인 문제다. 일반적으로 정형외과 의사들은 수술을 잘해서 환자들에게 인정을 받아 유명세를 얻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의사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보통은 남을 믿지 못한다. 수술을 본인이 하지 않고 의료기기회사 직원을 시킨 최근의 사건들은 비정상적이다. 의사가 수술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무장병원 등 불법적인 병원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대리수술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대다수가 정상적인 병원이고 선량하게 본인이 책임을 다하는 의사들인데 비정상적인 소수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된다. 최근 사건으로 인해 수술을 취소하는 환자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 그래서 의협이 해당 병원을 고소, 고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는 피해를 보는 선량한 회원들을 살리려는 조치다.
Q. 대한정형외과의사회에서 이번 사건들과 관련해 취한 조치는
의사회는 학회와 함께 결정해서 부산 정형외과의원에 학회 제명 처분을 내렸다. 학회에서 제명되면 의사회에서도 제명된다. 정형외과는 학회와 의사회가 다른 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 의사회 회원도 학회와 마찬가지로 대학교수부터 봉직의까지 모두 포함돼있다. 이번 제명 조치 역시 학회와 의사회가 함께 결정한 것으로 보면 된다.
Q. 회장 취임한 후에도 대리수술과 관련한 문제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의료기기회사 직원의 수술실 출입을 통제하고 이들을 철저히 관리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감염관리와 수술실 출입에 기본이 되는 교육을 관리하고자 한다. 정형외과 특성상 의료기기 회사 직원의 출입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안 된다. 따라서 의사회는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학술대회에서도 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Q. 사건 사고와는 관계없이 정형외과는 전공의들에게 항상 인기가 높다. 올해 레지던트 모집에서도 정형외과는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 이유는
정형외과 전문의가 되면 개원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고 본인이 영역을 넓힐 기회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의 모집 인원 수를 보면 정형외과는 특수한 과임에도 내과나 가정의학과 만큼 많다. 300여명 정도 된다. 개원의가 매년 300명씩 배출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직장을 찾을 때는 엄청난 경쟁률에 시달리게 된다. 영역 자체가 좁기 때문에 문제다. 정형외과는 병원급 정도 돼야 환자들이 수술을 받으러 온다. 수술실 없이 의원을 개원하면 일반과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게 또 다른 문제다. 여기에 우리 영역인 부분에 대해서도 타과가 전문을 내세우고 있다. 예전과는 다르게 정형외과도 개원의들은 힘든 상황이다.
Q. 정형외과 개원가도 힘든 상황이 도래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데 회장으로 역점 방안은
정형외과 현재 회원들과 후배들의 진료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대한정형외과의사회의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의협이나 병협은 전체를 아우르는 의료계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정형외과의사회는 정형외과의 권익만을 최우선 과제로 바라보려 한다. 정형외과 개원의들이 진료 아이템을 많이 빼앗기고 있다. 개원의들이 어렵다보니 과를 넘나드는 일은 생길 수 있지만 정형외과 영역을 침범당하는 일이 많다. 의료계 내에서 '잘 나가는 과'라고 항상 양보하라는 말을 듣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누가 잘살고, 아니고를 따질 때가 아니다.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지킬 것은 지키고자 한다. 지금 괜찮다고 넘기면 나중에 후배들의 진료환경은 어떻게 지켜주겠는가. 후배들과 회원들의 권리를 지키고 정형외과 이익이 침범당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목소리를 의사사회에 내려면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다. 회원들과 함께 목소리를 모을 것이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수천 명이지만 의사회에 가입된 회원들은 많지 않다. 회원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현안마다 성명서를 발표해 입장을 밝히겠다. 꾸준히 회원들을 위해 일을 하고 늘 회원들을 대신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