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의계가 꾸준히 급여화를 주장하던 한방 추나요법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아울러 한의계는 첩약에 대한 급여화와 함께 지난 몇 년 동안 지방 자치단체에서 시행해 오던 ‘한방난임치료’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근래 한 의료단체가 한방난임치료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의계 주장과 달리 한방난임치료의 효과가 극히 미미하며 난임치료를 위해 투여하는 한약이 태아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젊은 의사들 20여 명으로 구성된 바른의료연구소가 한방난임 치료 사업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는지 살펴봤다.
바른의료연구소 “한방난임치료 결과 참담” 비판
한의계는 지난 몇 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이하 한방난임사업)을 실시해왔는데 그 결과, 20~30% 수준의 높은 임신성공률을 기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의계는 한방난임치료의 건강보험 급여화와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 중이다.
그러나 20여 명의 젊은 의사들을 주축으로 구성돼 의료계 관련 문제를 지적하는 ‘바른의료연구소’가 한의계가 주장하는 임신성공률이 사실과 다르다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 결과가 성공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 사업을 시행한 지자체에 2017년과 2018년 정보공개 청구와 민원신청을 통한 사업결과를 취합, 분석했다.
먼저, 연구소는 자료 제출이 미뤄져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경기도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28개 지자체의 사업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8년4개월 동안 28개 지자체의 평균 임신성공률은 최초 사업대상자 기준 10.5%(사업 완료자 기준 11.9%)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제출받은 경기도 한방난임사업 결과 분석에서도 9개월의 사업기간 중 최초 대상자 기준 26명(9.4%, 사업 완료자 기준 11.3%)만이 임신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후 경기도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취합해 2017년도 지자체 사업 자료를 최종 정리한 결과, 평균 임신성공률은 10.5% 수준으로 한의계가 주장했던 수치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의료연구소 관계자는 “이처럼 극히 저조한 임신성공률이 나왔음에도 한방난임치료 연구자들은 일부 연령군에서 2016년도 인공수정 지원사업의 1회 시술당 임신율 13.5%에 비해 높은 수치라고 주장하며 급여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공수정은 1주기당(1회 시술당) 임신성공률인데 비해 경기도 사업은 9주기 당 임신성공률이므로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제대로 비교하려면 주기당 임신율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지자체 사업 분석 결과, 한방난임치료 임신 성공률이 20~30%에 달한다는 한의계 주장과는 매우 달랐다. 이는 참담한 결과이며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이 없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라고 밝혔다.
醫 “한약 안전성 역시 보장 못해”
바른의료연구소는 “난임환자에게 지어주는 한약 역시 안전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신을 위해 한약을 복용하는 경우 선천적 기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른의료연구소 관계자는 “한의계는 임신 중 복용 시 임부와 태아에 위험한 한약이라 하더라도 임신 전에만 투약하므로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이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에 따르면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에서 사용하는 한약 중에는 생식 및 발달독성이 있는 한약재들이 많이 함유돼 있는데 인삼의 경우 쥐의 배아에서 선천성기형 발생이 관찰된 바 있다.
또한, ‘감초’는 사람 대상의 역학연구에서 조산 위험의 증가 및 임신 중 감초를 복용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인지수행 능력 저하(언어, 시공간인지능, 기억력) 및 정신과적 문제 (주의력 결핍, 규칙 위반, 공격적 행동) 등이 확인됐다.
‘목단피’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산 및 조산 위험이 있다며 임부 또는 임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절대 복용하지 말도록 권고했으며 식약처 연구보고서에는 목단피에 태아의 염색체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독성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사업에서도 임신 중 복용하는 한약 중 상당수가 세포 및 세균을 이용한 실험에서 유전자 돌연변이, 세포독성, 염색체 이상 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2000년 발표된 경희대학교의 ‘한약이 임신 중 태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는 한약이 생쥐의 생식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새끼 쥐의 출산체중 감소, 임신태아 수 감소, 태아의 염색체 이상(백출) 등의 생식독성이 관찰됐다.
아울러 바른의료연구소는 임신 전에 한약 투여는 괜찮다는 한의계의 주장도 반박했다. 모체가 발생독성 물질에 노출될 경우 태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른의료연구소 관계자는 “임신 10일경에는 모체로부터 혈액과 영양분을 공급받기 시작한다. 착상부터 기관형성기 이전 기간에 생식 및 발생독성이 있는 물질에 노출된 경우, 배아가 사망해 자연유산 되거나 아무런 손상 없이 살아남거나 둘 중 하나의 사건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중추신경계를 비롯한 주요 장기가 만들어지는 기관형성기(수정 후 3~8주, 임신 5~10주)는 기형유발물질에 가장 취약한 시기로 생식 및 발생독성이 있는 물질에 노출되면 태아의 주요 장기에 심각한 선천성 기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곧 이어 “생식 및 발달독성을 일으키는 한약 성분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시간이 길거나 산모 체내에 축적되는 경우 임신 1~2달 전에 한약복용을 중단해도 태아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바른의료연구소 관계자는 “동물실험에서 임신 중 한약투여가 임부와 태아에 각종 생식 및 발달독성을 유발한다는 것이 확인되면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당연히 사람에서도 동일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사람 대상 연구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한약이 아니라면 동물실험에서 위험성이 밝혀진 한약은 임신 중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진정 학술적인 것이며 의료인의 기본적인 자세”라고 말했다.
끝으로 바른의료연구소는 지자체를 향해 “효과 없는 한방 난임치료를 과학적인 검증이 이뤄질 때까지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바른의료연구소 관계자는 “지자체는 언제까지 효과 없는 한방난임사업에 국민들의 혈세를 쏟아 부으려 하는가? 각 지자체는 실패한 한방난임치료 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방난임사업은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을 우선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韓 “바른의료연구소 조사 자료 신뢰성 의문” 반박
한편, 한의계에서는 “양방의 난임치료 효과도 10% 수준일 뿐 아니라 바른의료연구소의 한방난임사업에 대한 결과 분석 자료에 오류가 있다”며 반박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바른의료연구소는 한방난임사업 효과가 10%라 유효성이 없다고 하는데 양방의 인공수정도 성공률이 10% 수준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2016년도 양방 난임 보조생식술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양방 의료기관 중 30%에서 단 한명의 임신도 없었는데 이런 데이터만 가지고 양방의 보조생식술이 유효 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한약의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바른의료연구소가 검토 했다는 보고서의 인용 논문들은 한약재 한가지만을 실험동물인 작은 쥐에게 경구투여도 아닌 정맥주사를 통해 고용량으로 투여한 실험이기에 다소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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