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김진수 기자] 현대약품과 한국화이자제약의 코프로모션 분쟁으로 다국적사의 갑질 행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약품은 최근 한국화이자제약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제소했다.
지난 2015년, 두 회사는 폐경과 연관된 증상의 치료 및 폐경 후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치료제 ‘듀아비브’에 대한 판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현대약품에 따르면 화이자 측에서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판매계약을 맺은 후 듀아비브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화이자 측에서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과는 달리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불가피하게 제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화이자는 “단순 기간 만료에 따른 계약 해지”라며 반박하고 있어 공정위 제소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현대약품과 한국화이자의 계약이 종료되며 지난 12월부터 ‘듀아비브’ 판매를 담당하게 된 한독에서도 이번 현대약품의 공정위 제소 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독 관계자는 “현대약품이 계약 해지를 두고 공정위에 제소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관련 부서에 내용을 전달했다. 현대약품과 화이자의 문제인 만큼 특별한 행동을 취하거나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현대약품의 공정위 제소 소식을 들은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판매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다국적사가 여전히 상당한 우월적 갑의 위치에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6년 MSD는 대웅제약이 가지고 있던 자누비아와 글리아티린 판권을 종근당으로 넘긴 사례가 있는데 당시 대웅제약은 "MSD가 매년 판매수수료 인하를 요구했고 판매계약대행 수준으로 제시해 결국 계약 연장을 포기했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다국적제약사의 도를 넘은 횡포가 계속되자 공정위는 지난 2017년 12월, 한국릴리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를 찾아 판매제휴 관련 문서들을 확인하고 불공정 거래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국내 제약사는 공정위가 이에 대해 집중 검토한 후 다국적 제약사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공정위는 해당 검토 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다국적사와 판매 계약 등을 맺을 때 계약조건 등이 국내사들에게는 불리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 다국적사의 우월적 갑질 계약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