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수첩] 한 차례 태풍이 지나갔다.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 외과 레지던트 이탈에 대한 얘기다. 이후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이하 수련위)는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벌였고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잠정 결론을 내렸다.
우선 전공의 징계 의결에 대한 내용이다. 수련위는 재심 신청기간 7일 후 징계를 의결해야 하나 신청기간 중 징계를 의결한 행위에 대해 적법하지 않음을 지적했고, 징계 결과를 수련위에 제때 통보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또 외과 수련교육 운영현황 점검에서 4학년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를 이유로 진료 등 수련에 참여하지 않은 점에 대해 확인했다.
수련위가 파악한 내용 등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9명 중 5명이 이탈한 NMC 외과 전공의 사태의 원인은 외관상 ‘전공의 몫’으로 돌아갔다.
수련위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NMC 측이 주장했던 ‘전공의들 수련태도 문제’가 받아들여진 듯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개운치 않은 측면이 있다. 바로 NMC의 공공의료대학 교육주체 역할에 대한 ‘자격 및 자질 문제’다.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복지부의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추진 계획’에 이어 9월에는 더민주 김태년 의원이 관련법을 발의하면서 NMC는 공공의대 교육실습기관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지난 국감 당시 NMC 대리수술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된 가운데, 외과 전공의들이 ‘집단이탈’이 알려지면서 ‘NMC가 공공의대 교육실습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수련위 현지조사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NMC를 떠난 전공의들의 문제 제기와 함께 당시 NMC의 공식적인 답변은 여전히 자질론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한다.
이를테면 “암수술 등 대형수술은 한 달에 많으면 6건 정도이고, 대형병원을 제외한 대학병원과 비교해도 1/10 수준이다”, “간이나 췌장 등 큰 수술은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상황”이라는 전공의들의 간증이 이들 뒷받침한다. 사건이 불거진 후 국립중앙의료원도 “내부적으로 외과에 큰 수술이 없기 때문에 현재 외과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내놨다.
더욱이 사직한 전공의들은 “전공의 이탈문제는 외과 만 아니라 특정과에서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문제가 비단 외과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NMC는 대리수술 등 논란으로 교육실습기관 자격을 의심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마약류 의약품 관리 허술, 영업사원 대리수술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국립중앙의료원에 공공의료 전문가 양성을 맡길 수 없다"며 "공공의대 주 교육병원을 바꿔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NMC는 이번 수련위 조사결과에 가슴을 쓸어내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신설되는 공공의대의 교육실습기관으로서 엄정한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전공의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외과 전공의 이탈 사태와 이후 조치는 교육 주체로서 NMC의 합당한 자격을 가늠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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