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부인암 명의로 알려진 前 제일병원 김태진 교수가 올해 1월 1일부터 건국대병원 여성부인종양센터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2014년 세계 최초로 자궁경부암 치료백신을 개발한 김태진 교수는 건국대병원에서도 자궁경부암 퇴치를 위한 연구를 계속하면서 함께 영입된 소경아 교수와 함께 부인암수술(근치수술 및 가임력 보존수술)을 비롯해 자궁 및 난소종양, 복강경하 부인과 수술 등에 매진할 방침이다. 산부인과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서도 환자를 위한 소명의식으로 진료를 펼치고 있는 김태진·소경아 교수로부터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Q. 30년 가까이 근무하던 제일병원을 떠나게 됐다. 건국대병원 선택 계기는
김태진 교수 : 제일병원이 어려워지면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2003년 경에는 한 달에 1000명이 분만을 했는데 가장 최근에는 300명에 그쳤다. 15년 동안 환자가 70% 감소한 셈이다. 이것도 다른 병원에 비하면 많은 숫자다. 우리나라 분만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가 너무 많아서 밥도 못 먹고 일했지만 결국 변화를 이기지는 못했다. 제일병원은 국내 산부인과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위험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사실 여러 병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는데 건국대병원이 부인암센터 활성화에 대한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일병원에서 쌓인 노하우를 활용해 간섭 없이 재량에 맞게 올바른 진료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차병원의 경우 진행성, 혹은 말기 암환자들이 이송돼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 및 가임력 보존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Q. 과거에 비해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는 치료법이 많이 발달했는지
소경아 교수 : 자궁경부암의 경우 진단을 통해 초기에 발견되기만 한다면 경부수술로 완치 가능하다. 자궁내막암 또한 호르몬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고, 난소암은 초기 진단은 어렵지만 한쪽 난소만 제거하는 가임력 보존 수술이 확립돼 있다. 그런 측면에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체계화되면서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들의 연령이 다양해지긴 했으나 진찰받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자궁내막암과 난소암도 증가하고 있으므로 관심이 더 높아졌으면 한다.
김태진 교수 :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사실 학생들이 생리불순 등 산부인과 질환이 더 많은데도 상담할 대상이 없고 진찰에 두려움을 느껴 병원을 잘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서 예방하는 비용효과적 방법의 일환으로 학생들을 위한 건강검진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제일병원 사태, 국내 산부인과 어려움 알리는 위험 신호"
"중고등 학생들이 생리불순 등 산부인과 질환 많은데 상담 등 미비 아쉬움"
"산부인과 힘들지만 열정 갖고 뛰어드는 젊은 의사들도 많다"
Q. 진료와 함께 건국대병원에서의 연구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김태진 교수 :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연구를 가장 먼저 진행할 계획이다. 부인암센터에서 첫째 과제가 자궁경부암 퇴치 사업이다. 기존에 진행하던 HPV 치료백신 및 난소암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와도 HPV 원인을 찾기 위한 코호트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HPV 치료백신은 전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성능은 우리나라에서 개발되는 제품이 가장 뛰어나다고 확신한다. 임상시험 진행 중인 백신이 다수 있어 3~4년 내에는 자궁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백신도 기대 중이다. 3상까지 진행되고 있는 제품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벤처기업들과 함께 선도적인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이들에게 지원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장기적으로는 건국대병원 산부인과가 최고가 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은 생각이다. 현재는 산부인과가 작은 편이지만 산과와 난임센터가 함께 있어 임신과 분만, 소아과까지 아울러 전(全) 생애를 함께할 수 있는 병원이 됐으면 한다.
Q. 산부인과 위기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후배 의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김태진 교수 :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 인구 감소와 저수가 등 외부적 환경이 크다. 의사가 아무리 훌륭한 의료 기술을 가져도 이런 점을 극복하려면 국가 도움 없이는 힘들다고 본다. 과(科) 특성으로 볼 때 산부인과는 전문의를 따고 나면 24시간 일해야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도 매우 크다. 순간적으로 아기나 산모 중 한 쪽을 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있다. 때문에 중도에 탈락하는 사람들도 많이 봐 왔다. 정말 명확한 소명의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앞서 말했듯 산부인과는 환자의 삶 속에서 평생 만나게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소경아 교수 :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갖고 뛰어드는 전공의들이 많다. 그러면 과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이들을 애지중지 키워낸다. 과 특성상 어려운 점도 많지만 그만큼 교육 지원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주치의로서 일할 수 있다는 점도 산부인과의 매력 중 하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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