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의료계가 남북한 의학용어를 통합한 사전 편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어학계와 머리를 맞대고 편찬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 사업 추진을 위한 포럼'에서는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의 필요성과 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발표를 맡은 남북의료교육재단 김영훈 운영위원장(고려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남북의학용어사전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대한의사협회에서 1996년 ‘남북한의학용어’를 발행했으나 20년의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상당히 변화했을 것이 자명하다”며 “북한의 의학용어를 최대한 확보하고 사용여부를 검증받아 북한 의학용어를 현재화, 정량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학용어는 의학자나 의사만을 위한 용어가 아니다. 의사와 환자, 정책담당자, 언론인 등 소용의 범위가 매우 넓다. 이를 고려해 양측이 쓰고 있는 의학용어를 조사, 수집, 정리해 비교할 수 있는 용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의학용어를 통합해야 한다”며 “이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기 때문에 정책적 차원에서도 필요하고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 사업을 ▲용어 데이터베이스화 ▲용어집 출간 ▲통합안 마련 ▲사전출간 등 4단계로 구분했다.
남북한의 의학용어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후에 웹페이지를 통해 남북의학용어집을 출간하고 통합 기준과 지침을 작성해 용어 통합을 이룬 후 남북의학용어사전을 출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의학용어를 통합해 사전을 내기 위해서는 ▲남북 편찬자 간 협력 ▲인력 지원 ▲행정 지원 ▲재정 지원 등이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남북한이 함께 의학용어를 통합하고 사전을 내는 본격적인 단계에 돌입하기 전에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양측이 만나 구체적인 절차를 논의해야 한다. 이에 앞서 양측이 이 작업에 적합한 인재를 기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사와 의학도들, 편찬원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전문가와 접촉하고 회의를 준비하는 등 까다로운 행정 절차를 문제없이 처리할 행정담당자와 국가의 경제적 재원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한의사협회 학술자문위원회 조영욱 위원은 국제적인 의학용어에 우선해 북한의 의학용어를 정리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위원은 “영어를 번역하면서 시작된 7만6000개 단어를 포함한 방대한 분량의 의협 의학용어집을 기준으로 정하고 이에 맞춰 북한의 의학용어를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국제적인 의학용어와 연관돼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하나의 영어 의학용어에 남한과 북한 한글 용어를 모두 동의어로 동시 표기하는 단계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며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많은 토의를 거쳐 개정판을 만들면서 하나의 영어 용어에 하나의 한글 용어가 합의되도록 해야 한다. 남북의학용어사전은 하나의 용어에 하나의 한글만 포함된 사전이 편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 김영훈 위원장은 “남북의 의학용어를 수집, 비교하고 통합해 사전을 편찬하는 일은 단박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세밀한 기획과 철저한 준비로 절차를 밟아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이라는 긴 노정의 닻을 남한이 먼저 올리지만, 머지 않아 북한의 전문가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편찬 발의문을 낭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