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숙원이던 군의관 입대시기 조정 및 개원의를 위한 임상진료지침 개발
, 학술지 주간 발행,
교과서 오류 개선 사업 등
참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1년이었다
. 결코 녹록찮은 작업들이었지만 소신으로 추진했고
, 결실로 이어졌다
. 하지만 지난 성과에 고취되지 않고 올해 추진해야 할 과제 선정을 이미 끝냈다
.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
. 그가 구상하고 있는 의학회의 올해 핵심 과제는
‘기형적 수련 실태 바로잡기
’다
. 인턴
1년과 레지던트
4년
, 총
5년의 수련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간단한 시술조차 하지 못해 자비를 들여 제
3국으로 원정교육을 떠나야 하는 작금의 상황을
“비참한 현실
”이라고 진단했다
.
“전문의를 전문의 답게, 올 핵심과제 선정···제3국까지 나가는 비참한 현실 개선"
우리나라 의사면허 소지자 중 전문의 비중이 90%를 육박하고 있지만 전문의 다운 전문의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를 취득해도 곧바로 의원을 개원해 환자를 진료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은 실정이다.
내시경 조작이 서툰 내과 전문의, 맹장수술을 못하는 외과 전문의, 백내장수술 경험이 전무한 안과 전문의 등이 수두룩하다.
이는 기형적 수련방식 탓이다. 수술과 술기 기회를 전임의에게 뺏기고, 그 상태로 보드를 취득한 새내기 전문의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후배의 기회를 빼앗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많은 전공의가 공감하고 개선을 호소하는 현행 수련교육의 문제점이다.
때문에 전문의 자격 취득 후에도 개인비용을 털어 개발도상국 등으로 임상실습을 나가야 하는 게 작금의 대한민국 전문의 양성체제다.
장성구 의학회장은 이러한 작금의 상황을 개탄하며 의학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도 제3국으로 떠돌고 있는 의사들이 많다”며 “수 백만원의 사비를 들여 술기 과외를 받아야 하는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는 교육자인 교수도 피교육자인 전공의도 탓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며 “전공의들의 수련 역량 강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인 만큼 단기적 접근 보다는 장기적 전략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낸다는 복안이다.
장성구 회장은 “우리나라 임상 수준은 전세계 상위권이라고 하지만 전문의가 다른 나라로 임상실습을 나가는 비참한 현실”이라며 “이 상태로는 임상의학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관련 의학회 차원에서 관련 연구라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 만큼 의료계와 정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부전문의 제도에 대한 냉철한 인식 등 재평가 추진"
전문의 중에서도 세부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는 세부전문의 제도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재평가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의학회는 전문 분야의 우수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임상의사 양성과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4년 세부전문의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전문학회의 전문의를 대상으로 하는 ‘분과전문의’와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가 참여하는 ‘세부전문의’ 등으로 구분해 총 26개 분과/세부전문의가 운영 중이다.
분과전문의의 경우 대한내과학회가 9개로 가장 많고 대한소아과학회 8개, 대한외과학회 5개 등 총 22개의 전문의 자격이 있다.
세부전문의는 대한수부외과학회의 ‘수부외과 전문의’, 대한소아심장학회의 ‘소아청소년심장 전문의’, 대한중환자의학회의 ‘중환자의학 전문의’, 대한외상학회의 ‘외상외과 전문의’ 등 4개가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1만 명이 넘는 의사들이 이들 분과나 세부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레지던트를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기본적인 술기조차 수행하지 못하는 작금의 수련환경이 펠로우나 분과전문의 같은 제2, 제3의 전공의 과정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척박해진 의료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보다 전문화된 영역을 확보해야 된다는 전문의들의 위기감이 분과/세부전문의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성구 회장은 지금 시점에서 세부전문의제도가 학문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냉철한 평가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격제도가 도입 취지와는 달리 수련의 연장선이나 단순 자격증 추가 획득의 개념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전면 재평가를 통해 들여다 볼 때가 됐다”며 “세부전문의들이 실제 임장 현장에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지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부전문의제도가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며 “무턱대고 늘리는 것 보다 전반적인 수련과정 개편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의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의관 이어 공보의도 복무기간 단축 추진”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이 지난 1년 동안 이룬 업적 중 가장 높게 평가받는 게 바로 군의관 복무기간 단축이다.
의학회는 국방부를 설득한 끝에 군의관 입영일자를 기존 2월에서 3월로 조정하기로 확정했다. 교육기간도 기존 8주에서 6주로 단축됨에 따라 복무기간이 한 달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사실 군의관 입영시기 변경은 그동안 의료계의 숙원이었다.
현행 규정 상 레지던트 4년 차는 2월 말까지 수련을 받아야 하지만 2월 중순 입영이 이뤄지다 보니 미완의 수련 상태에서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수련 직후 입대하는 레지던트 4년 차들의 경우 수련 도중에 군사훈련을 받으러 군대에 가야 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입영시점이 매년 1월 치러지는 전문의 시험 일정과 맞물려 있던 탓에 당사자인 전공의는 물론 수련병원들도 애로점이 상당했다.
전문의 시험을 치러야 하는 레지던트 4년 차의 근무오프가 공공연하게 진행됐고, 그에 따른 인력 공백이 되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은 인력이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 만큼 업무 피로도가 누적될 수 밖에 없어 전문의 시험 직후 이뤄진 군의관 입영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문의 시험을 주관하는 대한의학회는 일선 전공의 및 수련병원들의 고충을 감안해 국방부와 군의관 입영 시점 변경을 논의해 왔고, 지난해 합의에 성공했다.
의학회는 이 기세를 몰아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도 단축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장성구 회장은 “공보의 복무기간은 38개월로, 단기사관 중 가장 길다”며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복무기간인 만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무기간이 긴 공보의 대신 20개월 일반병으로 입대하려는 의대생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공보의 자원관리에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학회의 미션은 의과대학 졸업 후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것”이라며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 역시 동일선상에 있는 만큼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