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혁신의료기술의 시장 진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규제샌드박스를 두고 의료산업계가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란 실증·테스트 목적, 혹은 시장 출시를 목적으로 하는 제품에 대해 규제 적용을 배제하거나 임시 허가를 부여해 빠른 시장화를 도와주는 제도로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정책이다.
산업계 규제완화를 위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특히 각종 임상시험 및 신의료기술평가 등을 거쳐야 하는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규제샌드박스가 시행되는 올해를 규제개혁 원년으로 평가하는 등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최근 올리브헬스케어가 임상시험 참여희망자 중개 온라인 서비스에 대해 규제샌드박스 적용을 가장 먼저 신청했다. 올리브헬스케어는 임상시험을 지원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한 바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다.
이외에도 마크로젠의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와 엔에프의 중앙집중식 자동산소공급장치 등이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
규제샌드박스 위원회 관계자는 “의료 분야의 첨단기술 기반 사업은 이전까지 없던 형태로, 규제는커녕 관련 조항조차 없어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업체들이 많다”며 “규제샌드박스 정책이 이런 기업들에게 관심의 대상인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만 추가적으로 4~5건 정도 더 접수가 들어오고 있는 상태”라며 “업계가 보다 적극적인 규제개선 안건을 제안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반면 규제샌드박스가 기존 기업들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불만도 존재한다.
A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힘들게 규제를 통과해 시장에 진출한 업체 입장에서는 규제샌드박스 혜택이 와 닿지 않는다”며 “조기 진출 기업으로 인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B업체 관계자도 “지금도 본질적 동등성 평가와 같은 절차가 기존 기업에 피해를 준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 규제샌드박스가 같은 결과를 낳게 될까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본질적 동등성 평가란 이미 허가를 받은 제품에 대해서는 임상시험 없이 허가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 때문에 기존 장비와 비슷한 제품을 만든 후발주자 업체들이 오히려 임상시험 절차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시장에 유리하게 진출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관련 규정 보완을 고민 중이다.
해당 관계자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일단 시장에 진출한 후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도 있을 수 있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이 실질적인 혜택으로 연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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