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선택진료 폐지에 따른 손실보전책으로 만들어진 의료질평가지원금 제도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도입됐다. 그러나 매년 평가가 진행될수록 지원금을 상급종합병원이 독식하는 구조 변질됐고 근본적 구조의 변화가 필요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한 ‘의료질평가 제도 효과 분석 및 평가 모형’에는 현행 제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드러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동시에 제시됐다.
이에 따르면, 의료질평가는 전반적으로 병상 규모가 클수록 성과 수준이 높은 상태였다. 의료 질과 환자안전 영역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은 종합병원 2배 수준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구조다.
공공성 영역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평균 차이가 초기에는 크지 않았지만, 2016년부터 2배정도 차이가 벌어졌다. 의료전달체계 영역도 평균 점수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종합병원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나 의료 질과 환자안전 영역에서 상위 그룹의 성과 고착화 현상이 극심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16년 기준 2~5등급 기관은 모두 2017년에 성과가 유의하게 상승했으나, 최상위등급 기관인 상급종합병원 그룹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는 상급종합병원 그룹에서 대부분 100% 달성을 함으로써 더 이상 지표 변별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매년 지표 구성의 변화를 통제하지 않은 결과이므로 해석에 유의해야 하지만 제도 개선 방향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의료질평가지원금 구조 상 상급종합병원은 이미 일정 부분 기본점수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현행과 같은 구조 지표 중심의 평가지표 구성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상대평가 체계 하에서 추가적인 노력이 없이도 상위 등급에 속할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결국 종합병원 그룹이면서 대학병원이 아닌 중소병원으로 분류되는 의료기관은 의료질 평가를 기반으로 질 향상을 이끌어내기에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현행 법령 상 종합병원은 100병상이상 규모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전달체계상 3차기관의 역할을 하는 대형 종합병원과 2차기관의 역할을 하는 중소규모 종합병원이 함께 포함됐다.
초기 선택진료수입 손실 보상에 있어서는 3차기관의 역할을 수행했던 대형 종합병원에 보상이 집중되는 평가 구조가 문제 되지 않았으나, 평가 등급을 고착화시키는 문제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절대평가 기반 세분화된 평가체계 필요성 제기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선결과제로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필요하고 동일한 평가 틀을 세분화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제안이다.
연구진은 “종합병원과 중소병원의 질 지표 향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동일 지표의 목표치를 달리 적용 하거나 다른 지표를 적용해서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상위그룹 위주의 편향성을 배제하고 하위그룹에서 질 향상 기회를 갖도록 다양한 설계 요소를 반영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표 구간화(3등급 미만 0점, 3등급 5점, 4등급 7점, 5등급 10점)를 통해 전기 대비 향상 구간에 대한 점수향상 기회를 제공하는 등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의료질평가와 연계한 보상은 반드시 평가 대상인 의료 조직이 질 측정과 향상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을 원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또 "기본적으로 병원 규모에 따라 측정 및 사업참여 역량에서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평가기구는 정보 공유, 측정 방식 등에 대한 이해와 측정 부담 최소화를 위한 방법 등을 심도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