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미국의학한림원이 내놓는 보고서는 국민들 대다수가 존중한다. 의사를, 전문가를 존경하는 사회적 토대 때문이다. 의료 관련 연구비가 바로미터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산자부, 복지부 등 모두 흩어져 있다."
10여 년의 역사 속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재도약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임태환 회장(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 사진)은 지난 8일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아쉬움을 토로하며 "일본도 의료 관련 연구비를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특히 임 회장은 연구윤리 확립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나올 수 없는 이유는 근본이 제대로 서 있지 않기 때문이다. 원천기술에 대해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는 연구비를 지급하면서 연구결과 역시 빨리 도출하길 원한다. 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려면 정부와 국민이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최근 들어 정부가 규제 완화를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는 '좋은' 의미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임 회장은 "의료기술도, 수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안전한 지를 살펴보는 게 우선"이라며 "국내는 물론 원천기술 수출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우리나라는 원천기술에 대한 관심 사실상 제로"
"의미있는 연구성과 나올려면 정부와 국민이 인내심 갖고 기다려줘야"
"의학한림원, 당면 의료 현안 관심 높이고 국제교류 활성화도 적극 추진"
한림원은 의학 및 관련 전문분야 석학으로 구성, 의학 선진화를 통해 의학 발전과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겠다는 취지 하에 지난 2008년 6월 설립됐다.
연도별 예산을 살펴보면 2014년 3억9164만2000원, 2015년 3억7073만7000원, 2016년 4억94만6000원, 2018년 6억2228만8000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여 왔다.
임 회장은 "학술진흥사업 일환으로 의학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당면한 보건의료 문제를 학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객관적인 토론의 장(場)을 열고자 학술포럼을 개최하고 보고서도 발간해 왔다.
일례로 보건의료정보화 및 공익적 연구 활용을 위한 토론회, 보건의료분야의 빅데이터 활용 토론회, 인공지능의 의료적용이나 미세먼지와 건강(의학에서 보는 심각성) 등을 다룬 포럼 등이다.
보건의료정책개발 사업도 추진함으로써 보건의료 정책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중립적이면서도 전문적인 자문을 제공하는데 힘써 왔다는 자평이다.
지난해에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 대한 권고문을 한림원 차원에서 배포했으며 '전공의 수련 60년'을 주제로 포럼을 열어 해결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여기에 국제회의 참석을 비롯해 해외 내방 인사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의과학자의 국제 교류 활성화에도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임 회장은 "앞으로도 국제 교류를 활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국제과학기술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연차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발생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윤한덕 센터장의 사망 소식에는 깊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임 원장은 "의사 자살률이나 우울증이 일반인 평균 2배를 넘어서고 있다"며 "문제는 의사가 번아웃(Burn out,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 상태라고 했을 때 과연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라고 씁쓸해 했다.
이어 "현재 한국 의사들은 모럴 인저리 상태(도덕적 상해)에 직면해 있는 듯하다"며 "각종 규제로 환자에게 필요한 약물이나 치료를 하지 못하고 좌절하는가 하면 환자 상태가 나빠졌을 때 이러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