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성형외과학 교실에서는 매년 우즈베키스탄에 위치한 카라칼팍 자치공화국 정부의 초청으로 의료봉사단체 ‘프렌즈’와 함께 누쿠스 지역으로 의료봉사를 다녀오고 있다.
이전부터 매년 진행되는 의료봉사에 현지 관심은 높았다. 공항 도착부터 현지 방송국 취재팀과 정부의 보건부 담당자들이 전통 음식을 전달하며 우리의 입국을 반겼다.
하지만 마냥 순탄한 출발은 아니었다. 예년에 비해 기부약품 등을 포함한 위탁수하물의 양이 2배나 늘었다. 항공기 내 위탁 및 휴대용 수화물의 액체 용량 제한과 검열이 날로 엄격해지고 있어 수술기구 및 약물 등을 모두 허가받기까지 큰 어려움이 있었다.
정오쯤 누쿠스에 도착하면 다른 팀들은 숙소로 들어가 짐을 풀고 다음 날부터 시작될 진료를 천천히 준비하지만 성형외과 팀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미 구순구개열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신 엄기일 교수님의 성형외과 팀이 수년간 구순구개열 환자들에 대해 수술치료를 진행해 그 탁월한 수술 결과가 소문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도착하는 날에는 혹여 자리를 빼앗길까 아침 일찍부터 환자와 보호자들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다. 특히 전신마취 수술을 위해 금식이 돼 있어야 수술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나면서 보호자들이 아이들을 굶겨 놓은 상태로 기다리기 때문에 마음이 더 조급했다.
이전까지는 수술환자들을 선정하고 혈액검사를 하면 빈혈로 전신마취가 불가능해 수술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환자들이 많았다.
올해는 소아병원에서 예진을 본 뒤 통과된 아이들만 입원을 시켜놓은 상태여서 더 빠른 수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을 길게 서있던 예진 환자들의 상당수는 내년을 기약하며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엄기일 교수님과 김지남 교수님의 진두지휘 하에 현지 병원의 수술실은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아침 8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짬 내서 먹는 점심시간 이외에는 앉지도 못한 채 하루 12명 이상의 수술이 진행됐다. 총 3개의 수술대를 오가며 준비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진행되는 수술들로 인해 수술실은 매일이 전쟁터였다. 그렇게 약 4일간의 일정 동안 총 43번의 수술이 진행됐다.
해외의료봉사 초보생으로서, 한국 의료시설에 익숙한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현지 환경은 열악했다. 수술대와 마취 기계 빼고는 거즈 1장까지 전부 가져가야 수술이 진행 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교수님들을 포함한 성형외과팀은 준비과정부터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고단한 시간들을 모두 잊을 만큼 마지막 날 우리를 배웅해주러 나온 보호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과 감사 인사, 사진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이번 해외의료봉사를 전공의로서 지나야 하는 하나의 관문, 연휴를 모두 바쳐야 하는 하나의 과제로 생각했던 나의 마음이 너무나 부끄러울 만큼 뜻깊은 시간들이었다. 비록 의료봉사는 짧았지만 평생 가져갈 값진 자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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