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소아심장수술 판막성형수술에 사용되는 인공혈관 제품을 거의 유일하게 공급해오던 고어메디칼의 한국 지사 철수로 인해 예고됐던 인공혈관 대란이 점차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치료재료 중에서도 인공혈관처럼 다품종 소량 생산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제품은 국내 업체들의 개발도 쉽지 않은 만큼 앞으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공혈관 공급 중단 문제를 다룬 한겨레의 보도에 대해 “고어사가 식약처와의 갈등으로 공급을 중단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고어는 2017년 9월경 한국 사업 철수 의사를 밝히고 현재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 당시 건강보험 상한가 인하로 인한 시장 축소 혹은 까다로운 제품 인허가가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 바 있다.
식약처는 “고어사의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심사과정에서 식약처와의 갈등은 없었다. 해당 제품의 국내 공급을 위해 별도의 투자가 어렵다는 입장만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신속한 국내 공급을 위해 고어가 아닌 대체 수입업체를 선정해 해당제품의 수입허가를 완료했다”며 “고어사의 소아용 심장병 인공혈관의 신속한 국내 공급을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공혈관은 수술부위나 환자 상태에 따라 크기가 매우 다양하다. 같은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라고 해도 모든 경우의 수를 확보하기 어렵다. 고어가 공급하던 치료재료 또한 대체품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는 어떨까. 지금 당장에도 어려우나 앞으로도 이 같은 치료재료의 국산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견해다. A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이미 다수의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글로벌 의료기기업체와 경쟁할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R&D 비용이 필요한데 이를 버틸 만한 곳이 국내에는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B업체 관계자도 “기술도 문제지만 제품 출시 후 해가 갈수록 보험 수가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후발주자가 탄생하기 어렵다. 발전된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좁은 시장에서 판매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엔 다소 줄고 있으나 아직 많은 치료재료가 해외 업체에만 공급을 의존하고 있다. 이번 인조혈관과 같은 사태가 또 우려되는 이유다.
식약처는 현재 대체 수입업체 선정 및 주한미국대사를 통한 인조혈관 공급재개 협조 요청 등을 진행 중이며 보건복지부는 희소의료기기와 필수의료기기의 건강보험 상한기준을 별도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치료재료전문평가위원회에서 지난해 한 차례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 인조혈관 수입원가 복구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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