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 의무적으로 구급차를 구비토록 한 규정으로 일선 병원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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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실적이 거의 없는 상태로 주차장에 방치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인 만큼 구비 의무화 대상을 재설정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중앙응급의료센터 조사결과 응급실 이용 환자 내원수단은 자동차가 59.5%로 가장 많았고, 119구급차 16%, 민간 구급차 2.9% 순이었다.
병원 구급차를 이용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병원들이 자체 구급차로 응급환자를 이송한 횟수도 평균 월 2회 미만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병원 구급차들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채 주차장에 방치돼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사용실적이 미미함에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병원들 입장에서는 구급차 구입부터 유지보수 등 운영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반구급차 1대 구입비용은 평균 3300만원이지만 유류, 공과금, 보험료, 검사료 등 유지보수 비용에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연간 2억11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여기에 구급차 연한을 9년으로 제한하고 있어 사용실적이 없음에도 차량 교체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구급차 내 의약품과 장비 교체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과 의료폐기물 문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우리 병원은 외과계 진료과목이 없어 수술실과 회복실은 물론 응급실도 없다”며 “실제 구급차를 사용하는 건 1년에 10번도 채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구급차를 구입하면 의료장비와 의약품, 통신장비를 갖춰야 하고 구급차 기사까지 고용해야 하니 운영비용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병원들이 이 같은 고충을 토로하는 것은 40년도 넘은 규정 때문이다. 지난 1976년에 제정된 의료법에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개설 조건으로 구급차 구비를 의무화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응급환자 발생 가능성이나 의료행위 난이도 등과는 무관하게 획일적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은 무조건 구급차를 갖추도록 한 규정이 40년 넘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중소병원 원장은 “민간 이송업체의 구급차 보급률이 높아졌고, 의료기관도 전문화된 만큼 구급차 사용이 전무한 병원까지 보유토록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제도”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구급차 의무구비 대상 개선을 건의했다. 필요한 병원에 대해서만 구급차를 구비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일환으로 구급차 구비 대상기관을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응급실 등을 운영 중인 병원으로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병협 관계자는 “대다수 국민들은 접근성과 효율성이 높은 119 구급 서비스나 129 민간구급차 이송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만큼 병원 구급차 의무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의무구비 대상 범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실은 물론 외과계 진료과목 외에도 감염병 등 응급의료 상황이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관련기관 및 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