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제주도가 11일 녹지국제병원이 제출한 사업계획서 일부를 공개함에 따라 병원 측이 제기한 ‘조건부 허가’에 대한 행정소송 패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더욱이 녹지국제병원이 조건부 허가에 관한 행정소송 결과를 토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는데, 공개된 사업계획서로 인해 손해배상 청구도 어려워졌다는 진단이다.
11일 법률 전문가들은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일부 공개하면서 병원 측이 내국인 진료제한을 이유로 제기한 조건부 허가 관련 행정소송이 어렵게 됐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날 제주도가 공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은 주요 타깃으로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명시했다. 이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주요 국가의 의료관광객, 이중에서도 중화권 및 일본 의료관광객을 우선 대상으로 삼고 있다.
참여연대 이찬진 변호사는 “사업계획서에 일관되게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제주도는 병원 측 사업계획서대로 인가한 것이고, 경제자유구역법·제주도특별법에 벗어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 측이 조건부 허가와 관련해 제기한 행정소송도 100% 진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른 허가이기 때문에 제주도가 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송기호 변호사도 “(사업계획서) 전체적인 맥란은 ‘외국인 전용’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병원 측이 사업계획서에서 밝힌 것처럼 조건부 허가를 내린 것인데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의료기관 개설허가 시 외국인을 표시하지 않는다”며 “굳이 외국인으로 표현한 것은 병원이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하겠다는 의사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단 제주도와 녹지국제병원의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법무법인 서로 최종원 변호사는 “내국인 진료를 하지 않는다고 정확히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언급만으로는 예상하기 어렵다”며 “제주도는 외국인 진료가 중점사업이었음을 주장할 것이고, 병원은 외국인 진료만 한다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것인 만큼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조건부 허가 행정소송 이후 녹지국제병원이 제기할 것이라 예상했던 민사상 손해배상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녹지국제병원이 개원시한 내에 개원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조건부 허가 관련 행정소송의 경우 허가 취소 청문절차를 거쳐 허가가 취소되면 ‘소(訴)의 이익’이 없어진다”며 “허가 자체가 없어지다 보니 청문 취소절차에 대한 소송이 진행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사업계획서대로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렸는데도 내국인 진료 허용을 주장하며 개원하지 않은 것은 자신들의 사업계획에 따른 인가 처분을 위반한 행위”라며 “이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배상은 어렵다”고 봤다.
최 변호사도 “녹지국제병원이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면 이에 따라 영업을 하면 됐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기각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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