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기분이 들뜬 상태인 조증과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 우울증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정신장애를 흔히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 F31)’이라고 부른다.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를 살해한 피의자가 조울증을 앓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우려가 높은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지속적 상담과 약물 복용이 필요한 질환인데, 20대 청년층과 70대 이상 노년층의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상황으로 적극적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이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조울증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환자 수는 2013년 7만1687명에서 2017년 8만6706명으로 연평균 4.9% 증가했다. 5년간 21% 증가한 수치다.
조울증 환자는 70대 이상 노령층과 20대 청년층에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70대 이상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12.2%였고 20대 환자도 8.3%나 됐다. 이는 전체 연평균인 4.9%의 범위를 크게 웃돌고 있음이 드러난 지표다.
2013년 대비 2017년 증감률만을 두고 봐도 70대 이상이 58.7%로 가장 높았고 20대 37.5%, 60대 32% 순으로 집계됐다.
진료비를 역시 872억원에서 1042억원으로 170억원이 증가했다. 입원 1인당 진료비가 빠르게 증가(연평균 4.6%)하는 추세였고 약국 1인당 진료비는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의 한숨에 이어진 노년의 아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석 교수
[사진]는 최근 5년간 급증하는 조울증, 특히 청년과 고령환자가 많은 상황에 대해 분석했다.
이정석 교수는 “조울증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10~20년 정도 수명이 짧다는 연구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의학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해 환자들의 수명도 늘어나면서 노년기에 접어드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노년기에는 가까운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신체적 질병에 시달리는 등 여러 스트레스 요인이 있어 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 양극성 장애가 발생해 노년기에 접어든 환자들과 노년기에 새로 양극성 장애가 발생한 환자들이 합쳐져 70대 이상 환자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더 아쉬운 점은 20대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원인으로 인한 아픔이 발생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20대는 흔히 인생의 황금기라고 일컬어지지만 최근에는 무한경쟁으로 인한 학업, 취업 스트레스로 20대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2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일 정도로 많은 20대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사회적 이유로 국내 20대의 양극성 장애 환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조울증 진단을 위한 특별한 검사는 없다. 모든 진단은 환자의 현재 임상 증상과 과거의 기분상태가 어땠는지를 심층면담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질환이 의심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면담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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