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기자] “가슴에 비수가 돼 날아온 한 마디가 있었다. 인조혈관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고 하는데 그래서, 환자가 죽었냐는 거다. 흉부 혈관외과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그저 수익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아무리 항변해 봐도 진정성이 와 닿기에는 아직도 벽이 높은가 보다는 생각을 했다.”지금은 일단락됐지만 수 년 전 소아심장수술 판막성형수술에 사용되는 인조혈관 제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업체가 국내에서 전면 철수키로 결정하면서 일선 병원에선 큰 혼란이 발생했다.
해당 업체는 당시 국내 병원과 대리점에 “미국 본사의 영업 전략 방침에 따라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지상아이엔씨 김현정 대표[사진]는 “인조혈관등 치료재료가 건강보험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해서 단면만 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치료재료 만큼 건강보험재정 내에서 비중이 크거나 막대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 만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도 아니다”며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면 안 되는 이유”라고 읍소했다.
김 대표는 “회사 매출의 20~30%를 인조혈관이 차지하고 있지만 설령 포기한다고 해도 회사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길도 있다. 다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길을 걸어왔고 책무라고 생각하기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이 현장에서 느낄 때는 정부와 확연한 온도 차도 있다고 했다.
“인조혈관 보험가격 지속 하락”
가장 큰 요인은 인조혈관 보험가격의 지속적 하락이다. 국내 인공혈관 시장은 현재 20여 억원이 채 안 된다. 인공혈관을 포함해 전체 시장은 50여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김 대표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는 그럴 수 있다. 유통단계를 줄임으로써 치료재료를 싸게 효과적으로 공급하자는 게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체감도는 수입업체에만 치중됐고 국내 공급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쉬운 점이 많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수입가를 결정하고 수입가 대비 보험료가 결정되는 구조이다 보니 보험료 삭감도 합리적으로책정될리 만무하다. 공급자도 국내 업체이고, 환자도 우리나라에서 치료를 받는데 뭔가 엇박자다. 이익에 좌우되는 외국 기업과 달리 오직 사명감만을 갖고, 제품과 사람에 대한 기본을 지키자는 것이 신념이었는데 선의의 피해자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정책적인 보호가 이뤄지지 않으면 심장수술에 쓰이는 치료재료의 경우, 어떻게 해도 국내 업체보다는 수입 업체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인조혈관은 우리 몸 일부, 의사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제품 아닌 생명”
우리나라는 19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초반에 소아 심장수술을 처음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후 오랜 시간 국가적 관심과 지원 부족으로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198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소아 심장수술이 진행됐다.
1984년 당시 영부인인 이순자 여사에 의해 새세대심장재단이 발족하면서 여기가 중심이 돼 선천성심장병 어린이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됐고 199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이후 의료진들의 지난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선천성심장기형 수술은 ‘한국이 최고’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인조혈관 등을 공급하는 이 회사는 지난1979년 첫 발을 내딛었다.
김 대표 부친은 심장수술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사업에 뛰어 들었다.1980년 당시에는 심장병 환자들이 많았지만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서제대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새세대심장재단 등이 출범하면서 정부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판막수술 등도 증가세를 보였다.
김 대표는 “아버지 뒤를 이어 회사에 들어오고 나니 사명감이 생겼다”며 “지금의 다양한 기구 및 장비들이 ‘지상’이라는 이름으로 최초로 등록돼 있었다. 비록 의사는 아니지만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올렸다.
인조혈관은 물건이 아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인조혈관 등이 몸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그 몸의 일부가 되는 것 아닌가. 우리가 의사들 손에 배달하는 것은 생명이지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결코 한국의 심장수술이 멈춰지는 일이 없도록 국내 업체로서 힘을 쏟겠다”며 “비록 글로벌 기업의 독점 등 적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항상 귀를 열어 최선의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