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4분의 1(25.4%)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1회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보건복지부, 2016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조기사망으로 인한 '수명손실년수'(YLL: Years of Life Lost)와 질병·부상으로 인한 '건강상실년수'(Years Lived with Disability)를 합해 장애보정생존년수(DALY: Disability Adjusted Life Years)를 계산하고, 이를 총괄적으로 질병부담이라 한다. 어떤 질병이 전체 질병부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로 표시한다.
파텔(Patel V 등, 2013)에 의하면, 정신질환은 심장 및 혈관성 질환(11.9%), 설사 및 감염(11.4%), 신생아 장애(8.1%), 암(7.6%) 다음으로 질병부담이 높은 7.4%로 조사됐다.
특히 건강상실년수는 22.9%로 모든 질환군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수명손실년수가 높은 암과는 달리 조기 사망 비율은 높지 않지만 장애를 갖고 오래 생존함에 따라 질병부담이 큰 것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질병의 만성화를 방지하고, 예방과 재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정신질환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얼마나 될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2017)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지난 2015년 정신행동장애(치매 제외, 자살 포함)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14조원으로 추정됐다. 전체 질병부담 비용이 148조원으로 집계돼 전체 10%(9.6%)를 차지했다. 아마 가장 최근 조사 결과는 이 비율이 더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에 제시한 객관적 수치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정신질환은 국민 다수의 문제이고, 개인과 가정에 큰 고통과 부담을 주며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고 국가 경제에도 큰 걸림돌이 된다. 그래서 선진국가에서는 정신질환의 예방, 치료, 재활, 정신건강 증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각 분야에서 그 성과를 확인된다.
영국 런던 정경대(LSE)의 납(Knapp 등, 2011)이 영국에서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투자할 경우 수익성을 추정한 연구에 의하면, 정신병의 조기 발견 프로그램에 1파운드를 투자할 경우 10.3배, 정신병의 조기치료 개입에 투자 시 18.0배, 개업의 대상 자살예방 교육훈련에 투자 시 44.0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측면에서 정신질환 문제는 미리 적절한 투자를 통해 비용대비 효과적인 결과 창출 및 개선이 가능하고, 투자 대비 사회경제적 비용절감 효과가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에 대한 투자가 어떤가?
윤석준(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정신건강동향, 2019)에 의하면 대한민국 2019년 보건분야 예산 11조1500억 원 중 정신건강관련 예산은 1,713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총 보건예산 중 1.5%에 불과한 낮은 수치로 WHO(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을 따르려면 정신건강 관련 예산이 5%까지 확대돼야 한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도 정신건강의 문제를 신체 건강 문제와 마찬가지로 당사자와 가족에게만 맡겨둬서는 안된다. 국가와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