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립중앙의료원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과로사 등 의료인들의 장시간 근무 문제가 계속되면서 보건업의 주 52시간 근무 적용 논의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조 측은 의료계가 주 52시간 근무 특례제외업종에서 빠져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하고 있으나 일괄적인 근무시간 단축은 외려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에도 여전히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설 연휴 기간 동안 홀로 업무를 하다 급성 심장사로 숨을 거둔 윤 센터장에 이어 가천대 길병원에서 근무 중 숨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35시간 연속 근무를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초과 근무가 당연시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응급의료 상황에서 일해야 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헌신적 삶이 어쩔 수 없다고 치부되고 때로 당연시되는 현상을 경계한다”며 “법과 제도를 통해 의료인들의 불가피한 헌신이 희생으로 내몰리지 않을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가 시행한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인 50.5%가 ‘업무량이 근무시간 내에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고 느끼고 있는 거스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야간근무 전담 및 일일 평균 연장근무 시간도 각각 97분과 95분에 달하고 있어, 의료인들이 일상적인 장기간 노동에 내몰려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노조 측은 “그나마 지난해 초 개정된 주 52시간 상한제도에는 보건업이 적용되지 않고 있어 장시간 노동 문화가 여전히 만연하는 중”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보건업에 대한 노동시간 특례제도가 폐지되고 인력을 확충해 노동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故 윤 센터장과 관련해 “고인의 순직을 계기로 의료분야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기계적이고 일률적인 단축 적용이 누군가의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근로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 내에서도 이 같은 시각이 존재한다. 지방 소재 A대학병원 교수는 “응급실을 지킬 전공의조차 부족한 것이 지방병원 현실”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근무 시간만 단축한다고 해서 과로사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절대적인 근무 시간이 줄어들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가능한 얘기는 아닌 것 같다”며 “응급의료시스템 자체가 열악해서 벌어진 문제”라고 말했다.
장시간 근무와 업무강도에 따른 문제점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지만 의료공백을 메울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주 52시간 근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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