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이 교수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자격제한 논란으로 홍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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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과 채용비리 척결 등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정책 방향에 반하는 행보라는 지적이 일면서 관계당국 역시 이번 논란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문제의 발단은 2019년도 2학기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전임교원 채용 공고에서 불거졌다.
‘의료정책 및 법’ 관련 수업과 연구를 담당할 전임교원 임용 공고를 내면서 지원자 세부자격 조건으로 ‘예방의학전문의 필수’를 적시했다.
즉, 지원자가 해당 분야의 적절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의사, 그것도 예방의학 전문의가 아니면 지원할 수 없도록 자격을 제한했다.
이를 두고 일부 지원자들은 “부당한 채용 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 통상적으로 ‘의료정책 및 법’ 분야에는 정책학, 행정학, 경제학, 법학박사 중 의료 분야에 학식과 경험이 있는 학자들이 지원할 수 있다. 물론 예방의학 전문의 역시 지원 가능하다.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과목의 경우 해당 분야 전문의 채용이 당연하지만 예방의학교실은 연구와 의료법, 의료정책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다루는 만큼 비의사 교원도 상당수 포진해 있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만 하더라도 9명의 전임교원 중 3명이 비(非)의사 출신이다. 이는 다른 의과대학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때문에 예방의학교실, 그것도 ‘의료정책 및 법’을 담당할 교수를 채용하면서 지원자 자격을 예방의학 전문의로 제한한 것은 엄연한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전문의 배출 상황을 감안하면 예방의학 전문의 중 ‘의료정책 및 법’을 담당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대한예방의학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예방의학 전문의 중 세부전공으로 ‘보건관리’를 이수한 사례는 한해 평균 5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들 대부분은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에 자리를 잡는다.
결국 예방의학 전문의로 지원자격을 제한한 것은 극소수 대상자만을 위한 공모이며, 소수 특정인을 위한 일종의 특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부 지원 예정자들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신문고 등에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 채용 차별과 관련한 민원을 제기했고, 이 사항은 담당부처인 교육부로 이첩됐다.
교육부는 특정 조건으로 지원자의 자격을 제한한 공모에 대한 차별성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가톨릭대학교 측에 소명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학교 측은 교육부에 제출할 소명자료를 준비 중이다. 다만 채용 차별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했다. 지원자격 번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성윤 가톨릭의대 학장은 “지원자격 등 교원 채용과 관련한 세부내용은 해당 교실 소관으로, 대학은 제출된 내용을 토대로 공식적인 채용 절차만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로부터 연락을 받고 논란이 불거진 예방의학교실에 소명자료를 요구한 상황”이라며 “자료가 취합되는 대로 즉각 교육부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지원자격 번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4월 15일까지 동일한 조건으로 채용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공모 내용을 중간에 번복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예방의학교실 김석일 주임교수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일련의 주장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지원자격을 예방의학 전문의로 제한한 것은 전공의 수련을 위함이었다”며 “예방의학 전공의 교육과 관련해서는 의료법이나 전공의 관련 법률에도 명백하게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의료법에는 전문의가 되기 위해 일정의 수련을 거쳐야 하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는 전공의 수련을 담당할 지도전문의 가격 등이 명시돼 있음을 주목했다.
김석일 주임교수는 “지난해에도 동일한 조건으로 교원 채용이 진행됐다”며 “이제와서 문제가 불거진 이유와 배경이 있지 않겠냐”고 말을 아꼈다.
한편 예방의학과는 결핵과와 함께 전공의 확보가 어려운 과목으로 분류돼 지도전문의 수 'N-0'이란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즉 지도전문의 1명 당 전공의 1명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의 전공의 정원은 6명으로, 이미 지도전문의 6명이 재직 중인 만큼 수련환경 관련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