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임직원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특사경법)’을 심사한다.
특별사법경찰이란 사회가 전문화·복잡화됨에 따라 전문적인 업무 영역에 종사하는 행정공무원 등에게 관련 분야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해 범죄수사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1956년 해당 법이 제정된 이후 범죄 수사의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확대되고 있다.
29일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법안소위는 4월1일 특사경법에 대해 심사할 예정이다.
이는 일명 ‘사무장병원’이 챙기는 부당이익이 최근 9년 간 2조원을 상회하면서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 수사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외에도 ▲사무장병원 이윤추구와 낮은 의료 인프라 수준 ▲취약한 환자 안전관리 ▲진료비 부당청구 등에 따른 건보재정 누수 등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6일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송 의원이 발의한 특사경법 개정안(제7조의 4 신설)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거나 약사가 아닌 자가 의료기관 또는 약국을 개설해 운영하는 불법개설의료기관에 대해 건보공단 임직원이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특사경법은 정부 부처 뿐만 아니라 보건의약계는 단체별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법무부와 건보공단은 긍정적이다. 법무부는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신속·효과적인 범죄단속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민간기관 소속 직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전례와 특사경의 직무범위를 불법병원·약국개설 범죄에 한정하고 있고, 검찰의 수사지휘를 통한다는 점에서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입장은 묘하게 다르다. 복지부는 금년부터 복지부 및 서울시·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사무장병원 단속 관련해 특사경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건보공단 특사경 관련 개정안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보건의약계에서 의견이 분분한 점을 고려할 때 복지부 입장은 반대에 가까워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병원협회·대한한방병원협회·전국시도한의사회장협의회 등이 ‘건보공단과 의료기관은 공급자가 거부할 수 없는 계약관계로 맺어져 동등한 입장이 아니다’는 점 등을 들어 특사경 도입 시 건보공단의 무제한 단속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대한약사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 등은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가 수사기간 단축으로 인한 불법행위 조기 근절, 사무장병원 등 의료기관의 효율적 단속 등을 들어 찬성했다.
정부와 의료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해당 법안의 통과는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관계자는 “특사경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사무장병원 등 상황이 개선된 이후 특사경이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모호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계속 관리·감찰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하느냐에 대한 쟁점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회관계자도 “쟁점이 될 만한 부분이 있다”며 “법안소위 첫 번째 안건으로 배정된 만큼 치열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2009년 사무장병원 적발건수와 환수결정금액은 각각 6건·5억 5500만원이었으나 2017년에는 241건·5565억 4600만원으로 급증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총 적발건수와 환수결정금액은 총 1550건·2조 7376억원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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