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결국 무산됐다. 워낙 첨예한 문제인 만큼 국회의원들도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오는 6월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논의 될 수 있는 만큼 완전히 마침표를 찍은 것은 아니다.
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에서는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특사경법)’을 논의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특사경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아니거나 약사가 아닌 자가 의료기관 또는 약국을 개설해 운영하는 불법개설의료기관에 대해 건보공단 임직원에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에서는 ‘개인병원 등에 대한 과도한 권리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실제 의·병협은 ▲사무장병원 단속에 의료법 등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라 병원 운영관계를 파악할 자료 수집이 어렵고 ▲건보공단-의료기관은 계약관계로 맺어져 동등하지 않으며 ▲특사경 제도 도입으로 인한 무제한 단속의 우려 등 이유를 들어 반대입장을 견지했다.
이 외에 지난 2017년 동법 개정으로 이미 보건복지부에 같은 권한이 있어 중복입법에 해당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초 권한 축소를 이유로 반대할 것이라 예상됐던 법무부는 특사경법 개정안에 대해 ▲신속·효과적인 범죄단속 ▲국립공원관리공단·금융감독원·민영교도소 등 민간기관 소속 직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전례 ▲특사경 직무범위를 불법병원·약국개설 범죄에 한정한 점 ▲검찰의 수사지휘를 통한 사법통제 등을 들어 찬성했다.
의·병협 등을 제외한 대한약사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 등은 법무부와 비슷한 이유로 특사경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사경법 개정안 논의가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다. 제1소위는 오는 6월까지 특사경법 개정안 대안을 마련해 오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건보공단 특사경은 실질적으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과도 연계돼 함께 논의하고 있다”며 “금융위 등에 6월까지 대안을 올리라고 한 만큼, 건보공단 특사경 문제도 오는 6월 재논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10년 간 사무장병원 등이 득세함에 따라 특사경법 개정안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환수 결정이 내려진 불법개설 의료기관은 총 1550곳이고, 액수는 2조737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징수액은 1634억원으로, 징수율은 5.97%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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