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간암 세포를 말 그대로 굶겨 죽이는 방법을 학계에 제시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이정원 서울대 교수·최선 이화여대 교수 연구팀이 간암 세포 생존에 필수인 아미노산(아르지닌)을 감지하고 이동을 차단하는 기술을 선보였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MIT 데이비드 사바티니 박사 연구를 비롯한 기존 관련 연구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돼 ‘셀 메타볼리즘’誌에 게재됐다.
아르지닌은 간암 세포 증식과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미노산의 하나다. 최근 임상 연구에 따르면 간암 세포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아르지닌을 스스로 생성하지 못하고 보통 외부에서 섭취한다.
연구팀은 아르지닌을 감지·이동하는 막단백질인 ‘TM4SF5’ 저해제를 이용해 아르지닌이 세포질로 이동하는 것을 막았다. 아르지닌 자체 분해를 주로 시도해 내성 동반을 한계로 지녔던 이전 방식과 차별화된다.
TM4SF5는 간암 세포의 자식작용으로 높아진 리소좀 내 아르지닌 농도를 감지해 세포막에서 리소좀 막으로 이동한다. 이후 리소좀 내 아르지닌과 결합한 뒤 아르지닌 운송자(SLC38A9)에 전달돼 세포질로 이동한다.
이때 TM4SF5와 함께 리소좀막으로 이동한 신호전달인자(mTOR)와 단백질 합성에 중요한 하위인자(S6K1)의 활성화가 일어나고, 세포질로 이동된 아르지닌은 간암 세포 생존 및 증식에 활용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TM4SF5 억제 화합물(TSAHC)을 이용해 TM4SF5와 아르지닌의 결합을 억제하고, 단백질 합성 신호전달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지 못하게 저해하는 것이다.
이정원 교수는 "그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던 리소좀 내부 아르지닌 감지 센서를 생리적 수준에서 살핀 것"이라며 "아르지닌의 이동성 제어를 통해 궁극적으로 간암 세포를 굶겨 죽일 수 있는 단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