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린 가운데 국회에서 낙태죄 폐지 법률안 개정안이 나왔다.
이번 개정안은 형법에서 낙태죄 조항을 삭제하고, 모자보건법의 경우에는 자기결정권 보장과 함께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에 있다.
물론 국회에서 첫 번째 낙태죄 폐지 개정안이 나왔으나, 낙태가 가능한 임신기간 등 낙태죄 폐지와 관련한 이견이 많기 때문에 법안 발의가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내년 말까지 국회에 입법 보완을 주문한 바 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형법 27장에서 ‘낙태의 죄’를 폐지하는 대신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바꾼다고 밝혔다. ‘태아를 떨어뜨리나’는 의미를 가진 낙태라는 단어는 인공임신중절로 대체됐다.
개정안은 자기 낙태죄와 의사 낙태죄를 없애고, 동의를 받지 않은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구체적으로는 부녀의 동의 없이 죄를 범해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 이하, 사망 시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상해 시 5년 이하, 사망 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헌재 결정의 취지대로 임신 중기인 22주까지 자기결정권이 최대한 보장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개정안에는 기존 인공임신중절 사유에 더해 사회·경제적 사유를 더했다.
이에 따라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임신 14주 이내 임산부의 경우 어떤 사유에도 구애받지 않고 임산부 판단만으로 인공임신중절 및 수술이 가능토록 했다.
임신 14주부터 22주 기간의 인공임신중절에 있어서는 기존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 사유를 삭제하고, 태아가 건강상태에 중대한 손상을 입고 있거나 입을 염려가 뚜렷한 경우로 대체된다. 여기에 사회·경제적 사유도 추가된다.
임신 22주를 초과한 기간의 인공임신중절은 임신 지속이나 출산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키로 했다.
단, 이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형법 일부 개정법률안’ 의결을 전제로 하고, 형법 개정안이 불벌 시 조정돼야 한다.
한편, 각 의원실은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쉽사리 입장을 정리하지 못 하는 모양새다. 법에서 규정한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처벌강도,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임신기간 등은 물론 종교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헌재 판결이 났기 때문에 어쨌든 법 개정은 필요하다”면서도 “정의당은 당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개정안을 빨리 내놓을 수 있었으나, 대부분 (의원실) 분위기는 공청회 등 의견수렴절차를 지켜본 후 발의하자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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