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가족과 같은 직장에 근무한다면 어떨까. 직장에서 만나 혼인을 한 것이 아니라면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내 가족이기에 본인보다 더 좋은 조건이나 환경에서 근무했으면 하는 바람, 혹은 같은 직장에서 괜히 엮이고(?) 싶지 않은 애증 때문에도 그럴 것이다.
이러한 우려와 달리 을지대학교병원에 근무 중인 자매들은 죽이 잘 맞는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다. 요즘말로 ‘케미’를 발산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심어주고 있었다.
외래 변은진·병동 변은지 간호사, 병동 윤나영·외과계중환자실 윤현아 간호사, 외과계중환자실 손주현·신생아중환자실 손주선 간호사, 마취회복실 최은서·수술실 최정화 간호사[사진 왼쪽부터]가 그 주인공. 게다가 이들은 모두 간호사이다.
언니와 한 몸처럼 움직인 계기
우선 자매가 함께 간호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배경에는 먼저 간호사가 된 언니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편이었다. 심지어 변은지 간호사는 “언니가 간호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간호사가 되고 싶어 대학 진학부터 다시 도전했다”고 했다. 최정화-최은서 간호사 자매는 출신대학 마저 같았다.
그렇다면 직장 선택에 있어서도 먼저 입사한 언니의 영향이 있었을까? 예상대로 ‘언니가 근무하는 병원’이라는 것이 동생들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손주선 간호사는 “언니가 있어서 선택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적응하는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이 됐다”며 “몇 층에 어떤 과가 있고 어떤 편의시설이 있는지 같은 사소한 부분부터 병원만의 문화나 특징들을 언니로부터 들으니 더욱 실감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촌자매이지만 어렸을 적 같은 공간에서 자라 친자매 이상의 끈끈함이 있다는 윤현아 간호사의 사촌동생 윤나영 간호사는 “언니와 같은 병원에 근무하면 좋지 않겠냐는 부모님 권유도 있었고, 이 병원에서만 통용되는 업무상 필수지식이나 여타 조언들을 듣고 익히면 좋을 것 같아서 언니와 같은 병원을 택했다”고 말했다.
동생에게 입사 추천한 이유
전국에 수많은 병원, 그리고 지역의 병원들 중에서도 자매들은 한 병원에 함께 몸담을 것을 결심했다. 그 결심에는 먼저 입사한 언니의 추천이 큰 몫을 했을 터, 추천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1순위로 꼽은 것은 바로 ‘근무 분위기’였다.
최정화 간호사는 “부서 특성상 업무강도가 높은 편이기도 하고 흔히 말하는 ‘태움’이 존재하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며 “가족 같은 분위기는 물론이고, 서로를 아껴주는 문화가 너무 좋아 동생에게도 수술실과 비슷한 환경인 마취회복실에서 근무해볼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윤현아 간호사 또한 “근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편이고 업무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이어서 동생에게 적극적으로 입사를 추천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인터뷰로 모인 간호사들 중 가장 연차가 높은 변은진 간호사는 “근무환경이나 여건 면에서 앞으로 더 많이 좋아지리라 믿고 동생의 입사를 권유했다”며 앞으로 변화해나갈 미래를 내다보기도 했다.
손주현 간호사는 동생과 같은 직장에 다녔으면 하는 마음에 동생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손 간호사는 “동생이 대학병원보다 상대적으로 편한 근무여건을 찾고 있어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자고 했다”며 “나와 마찬가지로 동생도 이곳에 입사하면 훌륭한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면서 알차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함께해서 좋은 점, 그리고 아쉬운 점
누군가의 언니, 혹은 누군가의 동생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존재할 법도 하다. 하지만 이는 채찍보단 당근이 돼 매사 열심히 임할 수 있는 동기가 되고 있다.
최은서 간호사는 “동료 선생님들이 신규 간호사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동생으로도 보기 때문에 업무상 실수가 발생했을 때 언니에게도 영향이 갈까 조심스럽지만, ‘자매가 같이 근무하니 좋아보이고 예뻐보인다’고 이야기 해주시는 만큼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별히 좋은 점을 꼽자면 직장 동료여야만 공감할 수 있는 업무상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가족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덧붙여 변은진 간호사는 “언니로서, 혹은 직장 선배로서 가장 가까이에서 정서적으로 지지해주고 도움도 줄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간호사들은 주간근무자가 아닌 이상 하루 8시간 데이(낮), 이브닝(저녁), 나이트(밤)로 나눠 3교대 근무를 한다.
이렇게 날마다, 또 사람마다 업무 스케줄이 다르기 때문에 자매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덕분에 가족 간의 만남임에도 ‘극적으로’ 성사돼야 하지만, 자매들은 이런 아쉬움을 한 직장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든든함’으로 채워가고 있었다.
을지대병원 방금식 간호부장은 “훌륭한 간호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를 이끌어주고 다독여주는 자매간호사들이 업무현장에서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건전한 조직문화가 좋은 직장, 그리고 좋은 병원을 만들어 가는 만큼 앞으로도 을지대병원만의 문화를 형성해 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