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중국 의료기기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캡슐내시경 분야에서도 기업가치가 1조원에 육박하는 곳이 등장하는 등 국내 시장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커촹반(科創板: 과학혁신판)이라고 불리는 첨단기술 스타트업을 위한 주식시장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6월 개장될 예정인데 상장에 소요되는 기간이 짧고 적자 기업도 상장이 가능한 등 대폭 완화된 조건으로 인해 벌써 51개 업체가 상장을 신청해 둔 상태다.
이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는 안콘(安瀚科技)이라고 불리는 캡슐내시경 전문 업체다. 안콘은 최근 위 내시경이 가능한 초정밀 컨트롤 캡슐내시경을 개발한 바 있으며 50여 개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안콘 측에 따르면 캡슐내시경의 임상실험 결과는 기존 내시경과 93.4% 일치한다.
소프트뱅크차이나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주목을 끌었으며 현재 기업 가치가 59억 위안(한화 약 1조원)에 달한다. 투자공모서에 따르면 2016년 1억1500만 위안, 2017년 1억7260만 위안, 2018년 3억2247만 위안 등으로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캡슐내시경은 알약처럼 삼키기만 하면 몸 속을 이동하며 장내를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동 속도가 빠른 위나 대장 진단보다는 소장 분야에 주로 활용돼 왔다.
현재 7000억원대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메드트로닉이 전세계 시장의 7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인트로메딕이 매출과 특허 보유 측면에서 선두를 달리는 추세다.
인트로메딕은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위치와 자세 제어가 가능하고 전송속도 및 동작시간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캡슐내시경 시스템 기술을 개발했다.
고속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져 식도처럼 캡슐이 빠르게 지나가는 구간에서도 자세한 관찰이 가능하며, 몸 밖에서 마그네틱 컨트롤러를 이용해 체내 캡슐을 제어할 수 있다. 자유롭게 캡슐 위치를 바꾸거나 위벽에 캡슐을 머무르게 만들어 좀 더 자세한 관찰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캡슐내시경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다. 그간 캡슐내시경은 소장질환 진단에 주로 사용됐는데 우리나라에는 소장질환 환자군이 적기 때문이다. 일반 내시경에 비해 판독시간이 길어 의료진이 선호하지 않는 것도 단점이다.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에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중국의 안콘이 비록 매출로 대폭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긴 하지만 정부보조금 비율이 높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가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한 캡슐내시경 분야가 중국의 자국 의료기기 사용 정책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기술이전이나 제품 개발 과정에서 의료기기업체들이 정부 과제에 의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시장 진출을 통한 제품화까지 추진돼야 정부 지원금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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