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시기가 다가오면서 뜻밖에도 국내 의료기기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영국 소재 인증기관에서 진행한 CE인증이 무효화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기한은 오는 10월말이지만 현재 영국 의회의 태도로 볼 때 EU의 동의 없이 탈퇴를 진행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에 의료기기업계에 미칠 파장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EU는 의료기기 등을 반입할 때 인증을 대신 책임지는 EU 회원국 내의 공인 대리인(Authorized representative)을 선임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더 이상 회원국이 아니므로 기존에 영국에서 선임됐던 대리인·책임자는 자격을 잃게 된다.
예를 들어 영국 공인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고, 탈퇴 시점 전에 이미 EU 27개국의 병원에 납품했거나 판매용으로 보관 중인 X-ray 기계는 인정되지만, 브렉시트 이후 시장에 판매된 상품은 인정받지 못한다.
다만 탈퇴일 이후 EU 회원국에 도착했더라도 제조일이 탈퇴일 이전이면 허용된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유럽 CE인증은 시장 진입에 있어 기본적인 요소일 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 인증 전(前) 제품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부분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에게 필수적”이라며 “언어와 공신력 등의 문제로 많은 업체들이 영국 인증기관을 이용했기 때문에 혼란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해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KOTRA 관계자는 “글로벌 의료기기 컨설팅회사 ‘Emergo’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가 공동시장에 무임승차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며 “의료기기에 대해서도 인증기관 인정에 예외처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료기기는 일반 상품과는 달리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으며 다른 기기와 함께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보건시스템 전반의 낙수효과로도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국제적인 사안인 만큼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KOTRA측 또한 “이는 향후 EU 집행위원회의 추가 가이드라인 발표 또는 영국-EU 간 탈퇴협정 협상 전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내용”이라며 “의료기기업계가 EU 측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국내 업체 관계자도 “현재로써는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영국 업체를 이용했던 기업의 경우 인증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메디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