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인력이나 예산 규모는 작지만 업무적 범위는 크다. 대표적으로 신의료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행위나 약제 연구도 심도있게 진행하고 있다. 모든 업무영역을 딱 짤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근거중심 의료체계를 적용하기 위해 근거를 만드는 연구기관으로 분류된다.
설립 10주년을 맞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네카(NECA)) 얘기다. 기관의 4번째 수장인 이영성 원장[사진]은 그야말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작지만 큰 기관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 국내외를 아우르는 글로벌 연구기관으로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이영성 원장은 “그동안 기관의 위상(포지셔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지난 10년간 꾸준히 근거중심 평가체계를 구축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이미 우리 신의료기술평가는 아시아권에서 공신력을 충분히 입증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네카가 인정한 의료기술이라면 별도 절차없이 자국에서 쓸 수 있도록 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독보적인 의료기술 평가 전문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기관 영향력은 해외에서도 확실한 영역을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복지부 산하 유일한 연구기관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인력이나 예산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러 면에서 물리적 한계에 종종 부딪히는 현실이다.
이영성 원장은 “현재 150여 명의 직원, 연간 160억원의 예산은 기관이 역량을 키우는데 매우 부족하다. 500여명, 연 1000억원으로 기관이 성장해야 한다. 더 실효성 있는 정책 근거를 생산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려면 규모 자체가 커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1000억원을 예산을 확보하면 적어도 20~30배 정도 경제적 효과는 분명히 가져올 것이다. 근거중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처방약 감소, 재원일수 감소 등 의료비 절감효과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10년간 묵묵히 성장해 동남아시아 리딩국가로 인정받은 만큼, 다음 10년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연구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年 1000억 예산 확보되면 국가경제 기여·의료비 절감효과 등 가능”
‘리얼월드’ 선도 가능한 시점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근거도 제시
관심은 RWD(Real World Data), RWE(Real World Evidence)로 쏠리고 있다. 그간 연구의 영역에서는 장기간의 추척관찰을 통해 논문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게 가장 중요했지만 이제는 긴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자화된 의무기록을 토대로 리얼월드 데이터를 뽑아내는 것이 관건이 된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 화두인데 아직 이를 제대로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국가는 없다.
우리나라는 전국민 건강보험 적용과 탁월한 ICT 시스템은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네카는 승부를 던졌다. 미래 10년의 성장과 발전도 이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이영성 원장은 “공공기관에는 자료제출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지만 아직 민간병원에 까지 이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법 개정을 통해 이 부분만 해결되면 리얼월드 관련 전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기관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제26조(자료의 제공)에 따르면, 네카는 연구에 필요한 정보 수집을 위해 공공기관에 대해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에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제한된 공공기관 기준을 풀고 민간영역까지 자료접근이 가능해지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면 급여화 시기에 명확한 근거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급여기준이나 수가체계 형성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생산할 수 있다.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제26조가 개정되면 리얼월드를 기반으로 제도의 근거가 확립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과정에서 모호한 부분은 네카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고, 행위별수가제 하에서 애매한 지점에서의 세부지침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영성 원장은 “리얼월드는 가장 큰 경쟁력이자 무기다. 의사의 처방을 근거로 명확한 근거를 알려주는 형태다. 빠르게 바뀌는 보건의료 기술을 최대한 빨리 임상현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 의료계와 네카가 파트너십을 갖춰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포부를 증명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도 제시된 상태다. 기관 자체적으로 가장 큰 성과인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다.
그는 “8년간 1840억원을 투입해 지속 가능한 근거기반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매년 230억원의 연구비가 더 책정된 것이다. 앞서 말한 연간 1000억원 수준에 못 미치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다. 우선 이를 기반으로 국내 현실에 맞는 최상의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