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모든 일에는 우선 순위가 있습니다
. 특히 환자 생명을 다루는 의료는 더 더욱 그래야 합니다
. 하지만 작금의 의료정책은 아쉬움 투성이입니다
.”
대한신경통증학회 고도일 회장은 작심한 듯 문재인 케어로 대변되는 정부의 의료정책에 쓴소리를 던졌다
.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 프레임에 함몰돼 우선 순위를 잊고 있다는 지적이다
.
대표적인 사례로 응급의료를 지목했다. 대형병원 응급실 포화상태가 지속되면서 소생 기회를 잃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생명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의료진을 제대로 예우하는 게 우선시 돼야 하지만 작금의 정부 정책은 보편적 급여화에 치중돼 있다”고 일침했다.
이어 “정부는 응급의료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선 병원들은 여전히 운영할수록 적자인 상황”이라며 “이러한 구조에서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은 요원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신경통증 전문학회 수장의 조금은 생뚱한 ‘응급의료 회생론’은 바로 문재인 케어와 맞닿아 있다.
보장성 강화를 기치로 내건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오는 2020년에는 척추‧관절 MRI나 치료재료 등 신경통증 분야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고도일 회장은 ‘통증 급여화’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퇴행성질환 특성상 지속적인 치료가 요구되는 만큼 급여 전환시 막대한 건보재정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급여화에 따른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 위험성이 높은 분야이기도 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파스 급여화 실패는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며 “통증 분야는 광범위 하고 지속성을 갖고 있는 만큼 단순한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설파했다.
이어 “통증 분야의 섣부른 급여화는 환자들의 의료쇼핑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선심성 급여화보다는 응급의료와 같은 필수의료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의료 등의 보장성 강화에 우선 순위를 맞추고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통증치료 등은 후순위로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문재인케어 우선 순위 잘못, 응급의료 투자 등 집중 필요"
"통증학 교과서 발간, 의사들 가장 큰 고충인 삭감 관련 해결책 제시 기대"
하지만 정부의 정책 추진 성향을 잘 알기에 푸념으로 일관할 그가 아니다
.
고도일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부터 학회 차원의 ‘통증학’ 교과서 출판을 추진했고, 최근 그 결실을 맺었다.
전국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들이 집필한 이 교과서를 통해 통증치료에 관한 급여비 심사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해당 교과서를 공유하는 한편 급여비 심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적극 나설 예정이다.
그는 “의사들의 가장 큰 고충은 삭감”이라며 “이 교과서가 삭감에 대한 정부와 임상현장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케어 급여화 작업에 학회가 적극 참여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납득 가능하고 공정한 결과를 도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신경통증학회는 오는 9월 열리는 추계 학술대회에 새로운 시도를 계획 중이다. 신경외과 중심의 학술행사에서 탈피해 타 진료과 의사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예정이다.
심화과정과 일반과정을 나눠 전문가들은 물론 신경통증 분야에 관심이 있는 타 진료과 의사들에게도 학술교류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