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병원사업을 접을 방침으로 알려짐에 따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기존 내국인 진료금지에 대한 행정소송은 손해배상으로 형태를 바꿔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소송보다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활용될 것으로 추측된다.
또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 의료기관은 없어졌고, 제주도가 공언한 ‘4자 협의’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0일 복수의 법률전문가 등에 따르면 녹지제주 측이 병원사업을 포기할 의사를 내비치면서 기존 내국인 진료제한에 대한 행정소송은 손해배상 청구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측되며 이 경우 ISD가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아무래도 녹지제주가 손해배상 쪽으로 방향을 잡은 거 같다”며 “이 경우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ISD로 갈 것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녹지제주가 국내 및 ISD 등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국내에서 소송을 진행할 경우 병원사업 중단이 녹지제주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ISD로 갈 가능성이 점쳐 진다. 한중FTA 투자자 챕터 자체가 투자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국내 소송보다는 ISD 쪽으로 무게추가 쏠린다”라고 덧붙였다.
최종원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도 “(병원사업 중단은) 손해배상 소송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손해배상 요건은 매우 좁기 때문에 손해배상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국제소송으로 갈 개연성이 크다”고 전했다.
녹지제주가 ISD를 통한 소송에 집중할 경우 국내에서 소송은 진행되지 않는다. 한중FTA에 따르면 손해배상과 관련해 국내와 국제 절차를 동시에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의료기관 무(無)···국내 병·의원 유치도 쉽지 않을 듯
이와 함께 녹지제주가 병원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은 의료기관을 제외한 채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헬스케어타운 내에 의료기관은 녹지병원이 유일했는데 이마저도 무산됐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국내 의료기관에 병·의원 개설 의사를 타진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또 조건부 허가 취소를 결정한 제주도가 향후 JDC·녹지그룹·복지부 등과 협의를 공언했으나, 병원사업 철수로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
JDC 관계자는 “(녹지제주의) 병원사업 철수와 관련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전문병원 등 부지 내 계획은 있었으나 녹지병원이 유일했다. 이 상황에서 다른 의료기관이 들어오기는 아직까지 어려워 보인다”고 토로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내놓을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지난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는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했고, 이듬해 4월 녹지국제병원이 착공됐다. 2017년 7월에는 녹지국제병원 건물이 준공 및 사용 승인이 났고, 8월 녹지국제병원이 운영인력 134명에 대한 채용을 완료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제주 영리병원 개설 허가 여부에 대한 공론조사가 실시됐고, 10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공론위)는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 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후 원희룡 제주지사는 그해 12월 공론위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번복해 녹지국제병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렸고, 이마저도 금년 4월에는 조건부 허가 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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