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지난해 말 임세원 교수 피습·진주 방화사건 등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신경정신의학회(신경정신학회)가 중증정신질환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지난 3월 임시국회서 불발된 사법입원제를 포함해 정신건강복지센터 공공성 강화·국가보건예산의 5% 수준으로 정신보건예산 확보 등이 포함됐다.
신경정신의학회는 2일 서울시 서초구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정책 제안 설명회를 가졌다.
우선 신경정신의학회는 중증정신질환 보건복지 시스템 업그레이드 전략을 급성기·유지기·회복기 등 시기별로 나눠 제시했다.
급성기 전략은 ‘조기 집중치료’인데, 이는 최근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의 대부분이 치료를 중단하거나 조기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급성기에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개선·차별 철폐를 통한 접근성 강화와 함께 국가가 중증정신질환자를 책임지는 ‘사법입원제 전면 도입’이 담겼다.
특히 사법입원제는 보호자 동의에 의한 입원을 폐지하고, 법원 등을 통한 비자의 입원을 결정하는 것이 요체다.
또 급성기 병상 확보 등 급성기 정신의료체계 강화도 꼽혔는데, 학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의 보호병상은 400병상 이상 감소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3~4주 간 연인원 약 5000명의 환자가 집중치료 후 빠른 회복의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찰·지역정신응급개입팀·정신응급지정의료기관 등 응급정신의료 체계 구축도 함께 거론됐다.
유지기에는 ‘지속 치료’를 목표로, 정신건강복지센터 공공성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실제로 진주 방화사건 등에서는 조현병 피의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허점으로 꼽혔다.
이에 신경정신의학회는 “‘입원 치료→가교적 사례관리→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 관리’ 등으로 이뤄지는 3단계가 지역사회에 안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정신건강복지센터 기능을 문재인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치매안심센터 수준으로 강화해야한다고 했다. 조기검진·치료, 사례관리, 가족 지원 강화 등을 비롯한 국가의 책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회복기는 ‘회복’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는 만성화되고 퇴행된 환자들에 대한 포괄적 정신재활치료 도입, 차등 수가제의 천장효과를 개선한 장기 입원 제어 기준 마련 및 인권 보장 조치, 정신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생활복지·주거 복지·고용 복지 체계 구축 등을 들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시기별 정책 실현을 위해 국가보건예산의 5% 수준으로 정신보건예산을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신보건예산은 보건예산의 1.5%에 불과하다.
“사법입원제 어감 등 때문에 거부감… 극복 중”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사법입원제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사법입원제는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조차 넘지 못 했다. ‘인권’ 때문이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사법입원이라는 어감 때문인지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헌법재판소가 지난 위헌판결에서도 언급했듯 강제입원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는데, 다만 절차상 의사만의 판단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법한 과정인지 알기 위해 사법입원을 제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법입원을 넘어 보호의무자의 책임을 경감토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신경의학회는 “핵가족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를 요하는 보호입원 규정의 비현실성으로 치료가 지연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