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전세계 의료계는 최근 디지털 기술 발전에 맞춘 표준을 마련하고자 분주하다.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거센 한국에서도 규제 샌드박스라는 이름 아래 디지털 보건의료기술 표준화가 한창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금년 4월 휴대전화, 태블릿, 컴퓨터 등을 통한 디지털 보건의료기술 사용법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WHO 사무총장은 “보편적인 의료 보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 자체는 끝이 아니다. 그것은 건강을 증진하고, 세계를 안전하게 지키고,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원격의료를 보건 활동 증진의 도구로 풀이한 점이 특히 주목된다.
권고안에서는 환자-의사간 원격의료, 협진 등을 포함한 의사-의사간 원격의료, 대상 환자와 의료진 의사소통,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환자 상태 추적, 지역 보건 종사자에게 진료 판단 근거 제공 등을 기술 활용 예로 제안했다.
우리나라도 이와 관련,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정부는 5월초 디지털 보건의료 등에 대한 국제·국가 표준을 만드는 데 2751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16개 부·처·청 합동으로 마련한 ‘2019년도 국가표준시행계획’에 투입할 비용이다.
복지부는 해당 시행계획안에서 의료-정보기술융합 기반 조성을 위해 한국형 보건·의료 표준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국내 의료환경에 적합한 ‘보건의료용어표준’을 개발하고, 사용자 중심의 ‘보건의료정보표준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자의무기록 인증제도가 골자”라며 "의료기관 내 정보에 대한 기능, 호환성, 보안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자기록을 통해 병원 간 원활한 자료 공유를 돕는 것은 물론이고, 진료기록을 직접 가지고 다녀야 하는 환자 불편도 없앤다.
식약처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마트 헬스케어·융복합 제품 등의 의료용 전기제품 표준화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의료용 3D 프린팅 제품 등 국제표준화 대상 제품 발굴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혁신의료기기법 및 체외진단기기법 금년 5월 공표 내년 시행
국가표준시행계획 발표로부터 멀지 않은 지난 5월7일, 복지부와 식약처는 혁신의료기기법 및 체외진단기기법을 공표했다. 본격 시행일은 약 1년 뒤인 2020년 5월 1일이다.
혁신의료기기법은 관련 기업에 국가연구개발사업 우대, 연구시설 건축 특례, 각종 부담금 면제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혁신의료기기 지정에 있어서도 안전성·유효성을 단계별로 심사·검토한다.
다른 의료기기에 비해 우선 심사하는 등 신속히 제품화해 새로운 의료기술을 활용한 치료 기회를 국민에게 빠르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혁신의료기기소프트웨어 제조기업 인증제 도입, 의료기기 연구개발 투자 확대, 허가 등을 위한 임상시험 및 시험검사 지원, 의료기기 국산화 및 신뢰도 향상지원, 전문인력 양성, 컨설팅 및 정보제공 등 인프라 지원에 대한 내용도 규정됐다.
체외진단기기법이 제정된 이유는 치료가 아닌 진단이기에 일반 의료기기와는 다른 특성이 있음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번 법에서는 체외진단의료기기 제조·수입 등의 취급과 관리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 이를 통해 기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향상하고 해당 산업 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이 목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법 제정은 새로운 기술과 첨단의료기기 생산 환경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품 안정성 확보 뿐만 아니라, 영세 기업이 다수인 해당 산업 발전을 위한 제품화 촉진, 그리고 국민들의 치료 기회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