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무리한 가격을 요구하는 글로벌제약사의 횡포 해결을 위한 국가 간 공동대응 목소리를 높여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동안 이들의 독점권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온 박 장관은 최근 고어 사(社)의 인공혈관 수급문제가 제기되자 다른 국가 장관들과의 대응체계 확립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10일 복지부에 따르면 박능후 장관은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참석차 오는 5월18일부터 22일까지 스위스 출장이 예정됐다.
인공혈관 문제가 불거지자 박 장관은 “다국적사 독점 횡포는 한 국가의 힘으로 대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우선 인류의 건강행복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윤리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고어사에 앞서 지난해 5월 간경동맥화학색전술 조영제로 쓰는 '리피오돌'을 생산하는 게르베코리아는 6년 전(前) 첫 계약 당시보다 5배 비싼 가격으로 재계약을 정부에 요구해 논란을 빚었다.
박 장관을 비롯한 복지부 수뇌부는 최근 일련의 초고가 약값 관련 논란을 겪으면서 다국적 제약사 신약의 약가협상 과정과 문제 의식 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에 따라 박 장관은 지난해 5월 WHO 총회에서 처음 문제 제기, WHO 차원에서 리더십을 가지고 공동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문제에 우리나라가 1:1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다시 11월 ‘제11차 한·중·일 보건장관회의’에서도 일부 의약품 독점권을 이용한 일부 제약사의 과도한 가격인상 요구 사례를 지적, 적정약가에 대한 국제적 공조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후 올해 WHO 총회에서 공식 문제제기할 방침을 세웠다. 보다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내놨다.
이 자리에서 그는 스위스, 미국, 일본 등 세계 제약업계를 이끄는 주요국가에 이 같은 문제를 인지시키고, 공동대응의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원하는 국가는 특별 세션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하는 각국 장관은 20명 내외로 적어도 유럽의 1~2곳, 일본 등을 포함시켜 해당 문제를 논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 2월 이탈리아는 WHO에 '의약품 백신 그리고 다른 보건기술 시장의 투명성 제고'라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하면서 힘을 보탰다.
결의안은 WHO와 각국 정부에게 약가, 연구개발비용, 임상시험 결과와 비용, 특허 상황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할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능후 장관은 “의약품 접근성 강화, 다국적 제약기업 횡포에 대한 대응은 장기적인 호흡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원칙 아래 국제사회와 협의는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