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소위 착한 암이라는 인식으로 과잉 검진과 수술을 지양해야 한다고 여겨졌던 갑상선암이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갑상선 관련 질환이 상대적으로 경시된 탓에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던 여파라는 분석이다.
최근 인하대병원 외과 이진욱 교수는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갑상선암은 환자 상태에 따라 내시경, 로봇수술, 절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술이 가능하고 예후도 좋은 편이지만 ‘착한 암’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며 “특히 최근 갑상선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종합건강검진기관 KMI 한국의학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KMI에서 검진을 받은 암 확진자 가운데 갑상선암 비율이 30.4%로 가장 높았다.
이진욱 교수는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진행이 느렸던 갑상선암이 이제는 잘 발견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갑상선암이 과잉 진단되고 있으며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던 과거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갑상선암은 초기에 수술하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는데도 검진 시기를 놓쳐 전이가 심해졌을 때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느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라며 “흥미 위주로 착한 암, 로또 암이라고 불러왔던 언론에 책임을 묻고 싶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어 “일부 갑상선암에서는 특이하게도 진행이 빠르고 전이가 잘 되는 암들도 발견되고 있어 학계에서도 유전자 돌연변이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누구나 똑같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수술이 좋은 수술"
갑상선암 수술은 가장 기본적인 절개법을 비롯해 겨드랑이나 유방을 통해 내시경을 삽입하는 방법, 구강을 경유하는 내시경 수술과 로봇수술 등 다양하다. 이진욱 교수는 세계에서 구강 경유 내시경 수술을 가장 많이 시행한 의사다.
이 교수는 “구강경유 수술은 아래턱과 아랫입술 사이의 점막을 통해 내시경을 삽입해 갑상선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피부에 수술 상처가 전혀 남지 않고 다른 내시경 수술법에 비해 기구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수술법은 로봇수술이나 절개에 비해 비교적 초기의 제한된 환자군에서만 가능하다. 선천적으로 턱뼈가 약하거나 양악수술 등 기존에 턱 수술을 받은 경우는 구강경유 수술법을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술기를 완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교수 또한 2015년 태국에서 교육을 받은 뒤로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 교수는 “주변에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보니 혼자 경험치를 쌓는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수술 시간이 길게는 5시간까지 걸렸다. 현재는 40분에서 50분 내외로 단축됐다”고 밝혔다.
이어 “노하우를 터득하기까지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다른 의사들에게는 적극적으로 가르쳐 주려고 하고 있다”며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야 하고 똑같은 결과를 낼 수 있어야 좋은 수술”이라고 밝혔다.
국내에 구강경유 내시경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10명 남짓이다. 수술법도 까다롭고 배우기도 힘들었지만 환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고 싶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경제적인 문제로 고가의 로봇 수술을 시행받기 어려운 환자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상처 없는 수술을 택할 수 있어야 한다. 로봇 장비가 없는 나라에서도 유용한 수술법이 될 수 있다”며 “다양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 방법을 제공할 수 있는 외과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되도록 초기에 발견해 빠른 치료가 될 수 있도록 갑상선 질환에 대한 관심이 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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